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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이자 면제, 상환기간 35년"...EU, 우크라이나에 24조원 '파격' 차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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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고강도 개혁' 조건 달성해야 지급
반부패 제도 마련 등 깐깐한 전제 조건


유럽연합(EU)이 올해 우크라이나에 180억 유로(약 24조 원)를 빌려 주기로 했다. 상환 기간도 길고 이자도 받지 않는 '파격 대우'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지원'은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받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들은 많고, 까다롭다. 대표적으로 EU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 청렴도 향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재정 지원'을 고리로 한 '우크라이나의 EU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르비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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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이자 없이, 오래 쓰라"... 우크라 "감사"


17일(현지시간) EU는 우크라이나에 30억 유로(약 4조 원)를 지급했다. 12개월에 걸쳐 빌려주기로 한 180억 유로 중 1, 2월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크라이나 재무부는 "전례 없는 우호적인 차관이다. EU 기여에 감사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말대로 '전례 없는 대우'다. 매달 15억 유로(약 2조 원)를 꼬박꼬박 받는다면, 재정 안정성이 높아진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추산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필요 예산은 월 30억~40억 유로(약 4조~6조 원)다.

상환 기간은 35년이다. 전쟁 전 EU 장기 차관의 평균 상환 기간이 약 15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특혜다. EU는 해당 자금을 EU 자본·금융시장에서 빌릴 예정인데, 이때 드는 이자 비용도 EU가 낸다.
한국일보

우루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이엔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다보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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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조건 지원'은 없다... 고강도 개혁 주문


그러나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우크라이나가 나머지 150억 유로(20조 원)를 받으려면, EU가 요구하는 20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조건은 △법치 △에너지 △구조개혁 △거시금융 안정성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있다. 법치 관련 조건이 7개로 가장 많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상반기 국가반부패국(NABU) 국장 임명 △3분기 내 자금세탁방지법 기틀 마련 등을 달성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높은 부패 지수는 EU의 불만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크라이나 부패 순위는 180개국 중 122위다.

EU는 정보통신기술(IT) 개선, 국영기업 이사회 독립성 보장, 공공조달 시스템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180억 유로가 군비가 아닌 인프라 건설 및 인도주의적 사업에 투입됐다는 것도 꼼꼼하게 증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선 지나치게 빡빡해진 규정에 대한 볼멘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고 유락티브는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 EU 후보국 지위인 우크라이나가 EU 회원으로 편입하려면 어차피 충족해야 할 조건들이라는 시각도 많다. NABU 국장 선임 등 일부 조건은 이미 진행 중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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