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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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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우크라, 나토 가입해야"… 러시아 자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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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실현 불가능해… 전쟁 종식이 우선

러 입장에선 위기감 느낄 듯… 확전 나서나

2008년 메르켈의 우크라 반대 논리 무너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 ‘우크라이나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당장 나토에 가입하는 일은 없겠으나, 그럴 가능성만으로도 러시아를 자극해 전쟁이 더욱 격화할 수 있어 보인다. 전쟁 발발 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입장은 더욱 궁색해지게 됐다.

세계일보

헨리 키신저(99)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에게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다보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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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99)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적절성을 띠게 됐다고 주장했다. 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그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행한 화상 연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전쟁 이전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과정들이 시작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립적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생각은 지금과 같은 여건 아래에서는 무의미하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적절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당장 실현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토는 회원국 중 한 나라가 적국의 공격을 받으면 이를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회원국 모두가 동맹으로서 전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구조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곧 이번 전쟁을 러시아 대 나토의 ‘전면전’으로 확전시키게 된다는 얘기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핵무기 보유국이다. 자연히 러시아 대 나토의 전면전은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도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그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후 7개월이 지난 작년 9월30일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어도,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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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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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지난 2008년에도 “나토 회원국이 되고 싶다”며 가입을 신청한 바 있다. 이에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이 회의를 열었는데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가 강력히 반대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 역시 메르켈과 뜻을 같이했다.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는 나토의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결국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좌절됐다.

일각에선 ‘2008년 메르켈이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과 같은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메르켈 집권기 독일 정부가 일관되게 취한 친(親)러시아 행보가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하여금 서방을 얕보게 만들었다’고 꼬집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역시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직후 메르켈, 그리고 독일 정부를 강력히 비난한 바 있다.

만약 전쟁이 마무리된 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2008년 메르켈의 결정은 ‘완벽한 오판’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메르켈은 지난해 11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내 힘이 부족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한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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