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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슈 로봇이 온다

美테네시 들어선 LG미래공장 … 로봇이 11초마다 세탁기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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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LG전자 테네시공장에 설치된 로봇이 스테인리스스틸을 둥글게 말고 용접해 세탁기 주요 부품인 세탁통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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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붕괴와 미·중 무역갈등 등을 경험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생활가전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인 미국 테네시공장에서 첨단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 중이다. SK온과 포드가 함께 설립한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에 '블루오벌SK 배터리 파크'를 건설 중이다. 매일경제는 신년을 맞아 글로벌 1위를 향해 달리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남동부 내슈빌공항에서부터 북쪽으로 1시간을 차로 달리니 '여기서부터 LG 하이웨이'라고 적힌 도로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테네시 주정부가 LG의 현지 투자에 감사함을 표시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이름을 붙인 도로다. 이 도로를 타고 한적한 시골길로 조금 더 들어가니 마침내 LG전자의 북미 거점인 테네시공장을 만날 수 있었다.

LG전자 테네시공장은 세탁기를 연간 120만대 생산한다. 북미 지역 전체 평균의 절반가량 되는 제품을 이곳에서 만들어 낸다. 2018년 문을 연 뒤 지난해 9월부터는 건조기 라인을 추가해 연간 6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투자한 금액만 3억9000만달러(약 4800억원)에 달한다. 테네시 주정부가 도로 이름까지 내주며 감사를 표시한 이유다. 현재 테네시공장 면적은 9만4000㎡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LG전자가 계획하고 있는 전체 구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테네시공장의 전체 대지면적은 축구장 150개를 합친 수준인 125만㎡에 육박한다. 차로 돌아보니 웬만한 서울의 동 규모에 버금갈 정도였다. 현지에서 만난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올해 상반기에 워시타워 생산라인을 추가하고 이후 수요에 맞춰 냉장고부터 오븐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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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을 운반하고 있는 무인운반차(A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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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내부에 들어가 생산라인 1층을 둘러봤다. 정면에 보이는 기계가 세탁기 구동부에 들어가는 부품을 직접 제조해 사출하고 있었다. 테네시공장은 대부분 부품을 금형부터 직접 제조해 사출한 뒤 제품에 탑재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물류길이 막히거나 현지 규제로 역외 생산 제품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해도 즉각 대응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공장이 단순히 넓은 게 아니라 고도로 지능화돼 있다는 점이었다. 생산된 부품은 바로 무인 자동 배달 로봇인 'AGV(Automated Guided Vehicle)'에 실렸다. AGV 166대가 공장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부착된 3만개 QR코드를 따라 부품을 싣고 날랐다. 사람이 하면 하루에 6000번 이상 이동하며 부품을 운반해야 했지만, 지금은 사람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구동부 부품을 실은 AGV를 따라 함께 이동하니 2층 세탁통(구동부) 조립 라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로봇팔이 구동부를 완성한다. 근로자는 중간중간에서 선 연결(하니스) 작업 같은 일부 공정만 수행하고 있었다. 류 사장은 "자동화율이 현재 63%인데 올해 말까지 70% 가까이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완성된 구동부는 1층 라인과 연결된 엘리베이터에 실려 내려간다. 1층은 구동부를 제외한 나머지 완제품 공정 라인이다.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세탁기 외형인 철판을 사출하는 작업부터 라인이 시작됐다. 금형에 온도·압력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최적의 사출 조건을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외형이 완성되면 '풀 프루프(Fool Proof) 시스템'이 오차를 검사한다. '바보' 작업자라도 불량을 판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그 이름처럼 지능형 시스템이 정밀 감시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은 기존 대비 약 20% 향상됐고, 불량률은 60% 정도 개선됐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가 보니 외형 조립이 완료되는 단계에서 로봇팔이 엘리베이터로 배달된 무게 10㎏ 이상의 구동부를 하나씩 꺼내 0.2㎜ 오차 이내로 정확한 위치에 세탁기 내부로 안착시켰다. 이 과정을 거쳐 11초에 1대꼴로 완성된 세탁기가 45m 길이의 제조라인 끝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같은 혁신을 인정받아 15일 테네시공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뽑는 첨단 공장인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미국 내 생활가전 공장 중 첫 번째 사례이자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가운데서도 첫 성과다. 류 사장은 지능형 공장을 기반으로 세탁기를 더욱 고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궁극의 꿈은 물이 필요 없는 '무수' 세탁기다. 류 사장은 "현재 상업용 제품의 CO2 무수 세탁기를 개발 중이며 목표는 가정용까지 출시하는 것"이라면서 "친환경은 물론 모피 같은 고급 의류도 손상 없이 세탁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클라크스빌(테네시주)/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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