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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확 꺾인 美 물가상승률…삼성·LG 가전사업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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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머니투데이

미국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파크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이 빵을 사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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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가전업계의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 기업들은 지난해 물가 상승과 소비침체 여파를 직격으로 맞으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 펜트업 효과가 사라져 일부 사업은 적자 전환하기도 한 터라 미국 내 물가동향에 관심이 더 집중된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5% 올랐다고 12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6%대를 기록한 것은 14개월 만이다. 전달과 비교하면 0.1% 떨어졌다. CPI가 전달보다 하락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31개월 만이다. 미국의 물가는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은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내려가고 있다. 뉴욕연방은행이 지난 9일 발표한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0%로 전달(5.2%)에 비해 0.2%p(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응답자들이 예상한 1년 후 가계 지출 증가율은 5.9%로 집계됐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거비와 의료 부문을 제외한 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어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추세라면 CPI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 안에 3% 초반까지 빠르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수요 부진을 겪어온 기업들 사이에서는 경기 회복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가전업계 기대가 특히 남다르다. 가전 수요가 물가 상승 영향을 정면으로 받는 탓이다. 이번 역시 실질소득이 줄면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가전·전자제품과 같은 비필수품에 대한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국내 가전 업체의 주요 시장 중 하나기도 하다. 국가별로 사업부의 매출 현황이 공개되진 않지만, 지역별 매출 비중을 통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1년 기준 미주 매출 비중은 국내의 3배 가까이에 달했다. LG전자는 북미가 전체 매출 비중의 23.7%(17조7255억원)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물가가 아직은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지난 1년간 가전 수요가 억제됐던 점, 향후 지갑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는 심리 등을 고려하면 업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신제품 출시가 집중되는 1분기 성과가 한 해 성과를 헤아리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 사업은 지난해 4분기에도 암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스포크로 성장세를 타던 CE(생활가전)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 내외에 불과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일반 가전은 유통 채널 부문의 축소와 재고 평가 손실 여파로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CE부문은 지난해 3분기 VD(영상디스플레이)부문 포함해 전년 대비 67.11% 감소한 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LG전자 4분기 실적은 더 심각하다. 지난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6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주력 사업인 가전·TV 사업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인상, 경쟁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TV 사업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이고, 가전 부문은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인사는 "수요 반등 시점에 대한 확신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다만 올해 전반적으로 비용 부담이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구리와 레진 등 원재료 하락분이 지난해 말부터 반영되고 있고, 재계약 효과로 물류비 부담도 작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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