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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스프]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정말 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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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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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할까?” 영화 ‘내부자들’ 대사 가운데 세간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대사인 것 같다. 나도 언젠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몰디브 해변의 눈부신 햇살 아래서 망중한을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런 한가로운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도 어김없이 “북극 그린란드 얼음이 역대급으로 녹아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해외토픽을 장식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린란드 얼음의 상태를 꾸준히 관측한 1979년 이래 44차례의 9월 중에서, 2022년 9월 초가 가장 많은 얼음이 녹은 시기로 기록된 것이다. 북극 해빙 면적 역시 해마다 경쟁적으로 역대 최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두말할 여지 없이 인간의 산업활동에 의한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기후변화’라는 비교적 부드러운 어감 때문에 우리가 실제 경험하고 있는 블록버스터급 재난 상황의 심각성이 누그러지는 것 같아 이 글에서는 ‘기후 비상’이라는 표현을 대신 사용하고자 한다.

기후 비상,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이러한 ‘기후 비상’ 사태에 대응하고자 역사적인 ‘파리협정’이 채택되었다. 주된 내용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전 지구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앞다퉈 제시하고, ‘기후 비상’에 관한 다각적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부분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80% 감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무려 20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결국 고용 감소 및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눈여겨봐야 한다. 하지만, 2021년 말 기후변화가 초래한 전 세계 10대 자연재해의 피해액이 최소 202조 원이라는 점을 보면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지, 현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이 감당해야 할 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극의 그린란드 얼음이 다 녹게 되면 7m, 남극의 얼음이 다 녹게 되면 58m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이 상승한다. 물론 내일 당장 인천이나 부산 앞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2021년 발표된 제6차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2100년에는 해수면이 1.1m까지 상승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대략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다는 말이다. 더욱 암울한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맹렬히 녹아내리고 있는 극 지역 얼음 붕괴 상황을 고려하게 되면 무려 2m 이상 해수면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전 세계 연안 도시는 광범위한 침수 피해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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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연안 침수 피해에 관한 대책 마련에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예측 모델 결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극 지역 얼음이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빨리 녹을지 여전히 잘 모르고 있어서 예측 결과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이 중에 ‘종말의 날 빙하’라고 불리는 서남극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 전체에서 가장 빠르게 얼음이 녹고 있어 예측에 큰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빙하가 이미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단 이 빙하가 녹아 없어지게 되면 해수면이 65cm 상승하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까지 상류의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바다로 빠지는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빙하가 사라지면 서남극 전체 얼음의 붕괴를 초래하여 무려 5.3m 해수면 상승이 예측된다는 것이다. 대략 2층 정도 높이의 건물이 모두 물에 잠기는 아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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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남태평양에 위치한 인구 1만 명 정도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 정부가 해수면 상승에 의한 침수로 국토 포기 선언을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물론 가짜 뉴스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기후 비상’ 사태를 고려하면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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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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