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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빠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5·18 정신을 저버렸다며 반발했고, 여당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거라며 맞섰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주 5·18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주요 역사적 사건이 교과서에 기술되도록 하겠다는 설명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나아가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했습니다. 교육부는 "교과서 집필과 수업 자율성 확대를 위해 교육과정을 간소화하는 방향을 계속 추진한 바 있다"면서 "(개정 교육과정은) 시대 변화의 주요 기점이 되는 역사적 사건 일부만 제한적으로 수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비교해볼 때, 개정 교육과정에는 어떤 사건이 들어갔고, 어떤 사건이 빠졌을까요. 지금 적용되고 있는 '2015 교육과정'과, 개정 '2022 교육과정' 내용을 전수 분석, 비교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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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적 사건, 확 줄었을까
사실은팀은 2018년 7월 개정된, 현행 교육과정(2015 교육과정)의 사회과 부분 '학습 요소'를 확인했습니다. 학습 요소 항목에는 주요 역사적 사건이 적혀 있었는데, 출판사들은 이를 참고해 교과서를 집필해 왔습니다.
아래 표는 현행 교육과정에 반영돼 있는 주요 사건이나 제도 변화입니다. 글자 수가 좀 많은데, 현행 교육과정 '학습 요소'에 반영된 주요 사건을 다 정리해 봤습니다. 총 129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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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주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사건 가운데, 이번 발표한 개정 교육과정에 들어간 사건을 표시한 겁니다.
일제 강점기와 현대사를 중심으로 쭉 보시면, 3·1 운동, 8·15 광복, 6·25 전쟁, 4·19 혁명, 6월 민주항쟁, 외환위기 등이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도 반영됐습니다. 총 129개 사건이나 제도 변화 가운데,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 반영된 주요 사건은 27개 정도로 계산됐습니다.
교육과정 간소화 차원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비롯해 그간 교육과정에 실었던 주요 사건을 대거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교육부의 말은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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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 운동
실제, 교육부는 교육과정 간소화를 위해, 교육과정에 담기는 여러 항목들을 빼거나 합쳤습니다. 가령, '학습 요소' 항목을 빼고,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과 '평가 방법 및 유의 사항'을 통합해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으로 일원화시키는 식입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적어졌으니 교과서 집필과 교실 수업 자율성이 확대될 거라는 게 교육부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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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어진 일본군 위안부…'간소화'로 볼 수 있을까
그런데, SBS 사실은팀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용 부분도 빠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단, 교육부 설명대로라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시 교육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 좀 깊게 들여다보겠습니다. 현행 교육과정은 위안부 문제에 꽤 힘을 주고 있습니다.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등에서 "세계대전 인권 침해의 참상을 위안부 문제와 연결"시키라는 학습 유의 사항을 기재하거나, "편지 글쓰기를 통해 피해자의 역사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했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 방식을 적어 놓기도 했습니다. 꽤 구체적입니다.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와 동아시아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반영을 사실상 의무화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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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간 중고등학교에서 수요 집회 참석과 같이 위안부 학습과 관련한 여러 수행 평가의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교육과정 간소화로 이런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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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본군 위안부 부분, 이번 개정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기존 교육과정에 있었던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과 '평가 방법 및 유의 사항'을,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으로 통합됐습니다. 통합된 부분을 중심으로, 개정 전후 교육과정의 내용, 그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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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간소화'라고 표현하기에는 내용이 매우 구체화됐습니다. 현행 교육과정에 있던 위안부가 삭제된 반면, 다른 내용들이 대거 늘어났습니다. 통계와 사진, 회고록, 디지털 아카이브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라는 고려 사항은 기존보다 더 세세하게 읽힙니다.
특히, 현행 교육과정이 식민 통치 피해자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개정 교육과정은 일제 강점기의 '구조 변동'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국제 정치 흐름 속의 일제 강점기의 의미, 식민 통치 당시 산업과 경제의 변화상에 대한 탐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일본 식민 통치 피해자 부분은 있습니다. 다만, 지금 교육과정이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강조했다면, 개정 교육과정은 '해외 이주 동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해외 이주 동포의 삶을 통계자료, 사진, 회고록 등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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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부터 바뀌는 일본 역사 교과서
올해부터 일본 고등학교 학생들은 역사 교과서에서 '강제 연행'과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해 역사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강제 연행'은 '동원'으로, '일본군 위안부'는 '위안부'로 수정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안부 모집 강제성이나 일본군 관여 사실을 제대로 기술하지 않은 교과서가 절반에 달했고, 나머지 절반은 위안부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역사를 제외한 사회 과목 교과서 12종 모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술을 담았습니다.
반일 감정을 자극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1993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식 사죄한 고노 담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책마저 고노 담화에서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교과서 집필과 교실 수업의 자율성을 위해 교육과정 간소화도 필요하지만, 역사 왜곡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당위도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일 겁니다.
지난해 교육부는 "(조선인 강제 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등 관련) 역사 왜곡이 그대로 드러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며 항의했습니다.
교육부는 SBS 사실은팀의 질의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특별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면서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에 논란이 된 여러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 일본군 위안부 부분도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턴 : 정수아, 강윤서)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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