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고인이 된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의 아들이 아동성착취 등의 혐의로 소송을 건 1968년작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주연 배우들을 저격했다.
영화가 제작되었을 때 15살과 16살이었던 올리비아 핫세(줄리엣 역)와 레오나드 위팅(로미오 역)은 최근 아동학대, 성착취 등의 혐의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를 고소해 화제를 모았다. 5억 달러(한화 6,240억 원) 규모의 이번 소송 사건은 '#MeToo'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평이다.
당시 두 배우는 제피렐리가 원래 살색 보디 슈트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 말을 바꿔 나체로 침실 장면을 연기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9년에 사망한 제피렐리는 그들이 나체로 연기하지 않으면 영화가 실패할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제피렐리 재단의 회장이기도 한 피포 제피렐리는 성명을 통해 이들의 베드신을 두고 "음란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제피렐리 본인이 생전 포르노에 반대하는 발언을 반복했고, 영화 속 누드 이미지는 아름다움, 솔직함 등을 표현했다. 병적인 느낌은 전혀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피렐리의 가장 큰 성공작 중 하나였다. 이제 70대인 두 주연배우는 모두 이 작품으로 골든 글로브 상을 수상했다.
제피렐리의 아들은 이 영화의 두 제작자인 존 브라본과 앤서니 해브록-앨런이 배우들의 부모로부터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촬영 55년 만인 오늘, 본질적으로 이 영화 덕분에 이름을 알린 두 노인 배우가 깨어나 수년간의 불안과 정서적 불편을 안겨준 학대를 당했다고 선언하는 것을 들으니 당혹스럽다"라며 "이 모든 세월 동안, 그들은 항상 제피렐리에 대한 깊은 감사와 우정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핫세는 아버지 제피렐리의 미니시리즈 '나사렛 예'수에서 작업했고, 위팅은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핫세는 2018년까지만 해도, 이 영화에 등장한 나체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당시 막 출간된 회고록에 대한 홍보가 한창일 때, 그녀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나체 연기를 두고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신와 위팅이 비록 어렸지만 둘 다 스크린의 '용사'였고 "(나체 촬영에 대해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2018년 영화 50주년을 맞아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는 누드 장면에 대해 "'로미오와 줄리엣'에 필요하다"라며 "미국 영화계에 전환점을 마련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내 나이대에는 아무도 그런 적이 없었다"라고 자랑스러거워하며 제피렐리가 예술적인 결정을 맛깔나게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한 입장에 대해 이들의 공동 매니저 토니 마리노치는 데드라인에 "올리비아와 레오나드 모두 당시 발생한 성 착취/성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MeToo 운동과 다른 유사한 지원 단체들은 올리비아와 레오나드가 이러한 학대와 관련해 최종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라고 전했다.
출세작이고 세간의 관심이 상당했던 성공작이기에 어두운 진실을 가리고 있다가 미투운동 등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용기를 냈을 것이란 추측이 크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아픔을 감추고 오히려 다소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용기를 내 상처를 끄집어내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이 아동 성학대 주장에 대한 공소시효를 잠정 중단하면서 제기됐다.
/nyc@osen.co.kr
[사진]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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