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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저신용자 대출 급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금리가 오르고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돈 구하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9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의 지난해 1~10월 저신용자(나이스신용평가 점수 644점 이하) 차주의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은 11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취급액(1592억원)보다 약 25.1% 급감했다. 5대 은행의 저신용자 신규 계좌 수도 지난해 1~10월 9189좌로 1년 전(1만2931좌)과 비교해 약 28.9% 줄었다. 저신용자가 보유한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2021년 1~10월 2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10월 19조5000억원으로 16.1% 감소했다.
제1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출이 급감한 것은 은행이 연체 부담에 대출 심사 기준을 깐깐하게 보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져 차주 스스로가 대출을 줄이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 최근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대출 취급 마지노선 신용등급의 대출 금리는 연 6.50~8.85%로 9%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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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보루 제2금융권·카드론도 막혀
제2금융권에서도 돈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최근 수신금리 상승에 저축은행 등이 대출 규모를 크게 줄이거나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해서다. 실제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신규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대부업계 2위인 리드코프도 신규대출을 기존의 20% 수준으로 축소했다.
‘급전 대출’의 최후 보루인 카드론도 규모가 감소했다. 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업 카드사 7곳(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의 카드론 이용금액은 39조706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연간 카드론 이용금액이 52조1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액수다. 금리 상승에 상환 부담이 커지자 카드사에 대출 취급 한도를 낮춘 것이 결정타였다. 또 지난해부터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DSR) 규제에 포함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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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서비스·리볼빙에 저신용자 몰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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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까지 막히면서 당장 돈 구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카드사 현금서비스나 리볼빙 같은 단기 대출 상품에 몰렸다. 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업 카드사 7곳의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47조7797억원이다. 연말에 자금 수요가 몰리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0년(54조840억원)과 2021년(55조1380억원)에 비해 늘어난 액수다.
현금 서비스나 리볼빙은 대출 기한이 길지 않을뿐더러 금리가 높아, 연체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여신금융협회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금리는 17.0~19.22%로 평균금리가 17.67%다. 리볼빙 금리도 14.32~18.4%로 평균 수수료율이 16.8%에 달했다. 모두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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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올려 대출 풀어야”
현금 서비스 같은 단기 대출은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 같은 자금경색이 계속되면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면서 가계부채 부실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은행이 분석한 ‘취약차주(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자)’는 전체 가계 약 6.32%다. 취약차주에 근접한 잠재 취약차주 비중도 16.8%에 달했다.
법정 최고금리(20%)를 높여 저신용자 대출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3 금융권은 최근 수신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가 법정 금리에 묶여 있어 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라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그만큼 법정 최고금리도 올라가도록 해 제2·3금융권이 저신용자에게 대출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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