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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닭발 왜 버려요 드세요”...갑자기 찬양하는 이집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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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생필품 가격 전방위 상승
육류 판매 지난달 25% 감소
“닭고기 부자만 먹을 수 있게 돼”
정부연구소 “닭발, 영양에 좋다”

화폐가치 하락 전세계 3위
물가 상승률 25%에 이를 전망


매일경제

지난달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시장에서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 이집트에서는 지난해 도시지역 물가상승률이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시민들은 고물가와 화폐가치 하락에 생필품 소비마저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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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와 화폐 가치 하락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집트에서 시민들이 생필품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이 오래 이어지자 이집트인들이 먹고 입고 쓰는 필수품 구매까지 망설이게 되는 상황이다.

카이로 상공회의소의 육류 담당 책임자인 모하메드 와바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난해 12월 이집트 육류 판매가 약 25% 감소했다고 밝혔다. 카이로의 양계장 운영업체 사장은 “닭은 이제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며 사람들이 생닭보다는 가격이 싼 닭 지육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육은 주요 부위를 잘라낸 후 남는 부위로, 육수를 내는 용도 정도로 사용한다.

닭고기 가격이 비싸지다보니 정부에서 나서서 이집트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 ‘닭발’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국립영양연구소(NNI)는 페이스북에 닭발을 먹자고 권유하며 “영양이 높고 예산에도 좋다”라는 포스팅을 올렸다. 당시 이집트의 식료품 물가상승률은 30% 에 육박했다. 식료품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일부 상점에서는 빵과 쌀, 식용유 재고가 바닥났다.

WSJ는 시민들이 자가운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더 많은 룸메이트와 임대료를 나눠내는 등 생활비 절감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층에서는 아랍에미레이트 연합(UAE)등 인근 국가로의 이민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에서는 물가 상승과 화폐 가치 하락이 맞물려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됐다. 이집트파운드는 작년 달러 대비 36.5% 하락했다. 스리랑카 루피와 아르헨티나 페소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낙폭이 컸다. 이집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밀 수입 비중이 높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난 여파도 세게 겪었다.

이집트 물가는 앞으로도 쉽게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3월까지 물가가 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당 이집트파운드 값은 27파운드로, 1년 전 달러당 16파운드보다 40%이상 떨어졌다.

이집트에서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교량·도시건설 등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가 부채가 불어났다는 것이다. 민생 안정 대책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난주 의회에서는 의원들이 장관 사임을 요구했고, 카림 알 사다트 의원은 “(닭발을 먹게 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집트 정부는 이미 암시장에서 팔기 위해 쌀을 비축하는 상인들을 단속했다면서 식품 가격 책정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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