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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만나러 가는 필리핀 마르코스…'줄타기 외교'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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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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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023년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을 택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3~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과는 지난해 11월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회담한 이후 1개월 반 만에 만나게 된다.



친미 행보 마르코스, 취임 6개월만에 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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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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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대통령의 방중은 그가 거침없는 친미 행보를 보이며 중국을 자극해 온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그는 취임 후 첫 비(非)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방문국으로 미국을 택하고 지난해 9월 방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11월엔 필리핀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 최고위급 인사론 처음으로 필리핀·중국 간 영유권 분쟁의 최전선인 남중국해 팔라완섬을 찾아가는 것을 허용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임 대통령과 정반대 행보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 첫 순방지로 중국을 택하고 재임 기간 한 번도 미국을 방문하지 않으며 노골적 친중 행보를 보였다.



남중국해 관련 중국에 목소리 높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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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남중국해 인근에서 중국이 지난해 7월에 발사한 창정5B 로켓의 잔해를 발견해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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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에서도 가장 쟁점이 될 주제는 남중국해 문제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시 주석에게 강력하게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외교부는 필리핀과 중국의 각급 외교관 간의 직접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식 창구를 개설할 예정이다. 남중국해와 관련한 중국의 ‘오판과 의사소통 오류’를 막기 위한 조치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이번 방중기간 이 창구의 개설 관련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남중국해에 떨어진 중국 로켓 파편에 대한 강제 탈취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필리핀 해군은 당시 남중국해 티투섬(필리핀명 파가사섬, 중국명 중예다오·中業島) 인근 해상에서 중국이 발사한 로켓의 파편을 발견해 인양작업을 벌였는데,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다가와 해당 파편을 강제로 가져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측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가져간 것으로 강제 탈취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당시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게 되면 중국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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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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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전력난에…시진핑에 손 벌려야



하지만 마르코스 대통령은 큰소리만 칠 수 없는 입장이다. 최근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겪는 자국 상황을 고려하면 시 주석에게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2위 쌀 수입국인 필리핀은 최근 높은 식량 가격으로 인해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쌀 수급에 어려움이 생긴 가운데 높은 가격으로 밀수된 쌀이 필리핀 시장 가격을 기형적으로 높여놨기 때문이다. 다급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식량 안보 위기 극복을 1순위 국정과제로 정하고, 지난해 11월 중국에 비료 15만t 수입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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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한 승객이 연착으로 탑승이 지연된 일본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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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전력난도 문제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은 정전으로 항공 운영이 중단돼 300여편의 국내선과 국제선이 지연 또는 결항·회항했다. 이로 인해 약 6만5000여명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필리핀은 2001년 전력 민영화를 단행한 이후 20년 넘게 전력 부족에 시달려왔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요는 더욱 확대되는데도 민간 기업은 리스크를 우려해 대규모 투자를 꺼렸고, 이로 인해 발전량이 실제 수요보다 부족해지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싱가포르 정도를 제외하면 동남아시아에서 필리핀의 전기요금이 가장 비싸다.

필리핀 정부는 한국·미국 등과 협력해 원자력 발전을 재개함으로써 에너지난을 타개할 생각이지만, 당장 이뤄지긴 어렵다. 홍콩 아시아타임스는 ”필리핀으로선 중국의 투자가 에너지 위기 해결에 절실하다”며 “화력 발전에 쓰일 천연가스를 남중국해에서 개발하는 공동 탐사 프로젝트를 중국 측과 논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필리핀 외교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농업, 재생에너지, 관광, 건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중국과의 사업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필리핀은 귀한 몸…“마르코스, 경제 이익 취할 것”



중국으로서도 필리핀은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몸값’의 상대다. 미국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 중인 가운데 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우선적으로 포섭해 미국의 위협에 맞설 생각이다. 중국에 필리핀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이유다. 아시아타임스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며 “자국의 군사·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국에 최대한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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