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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물가와 GDP

이창용 총재 “금리인상 영향 본격화···물가·경기·금융안정 상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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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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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올해 본격화돼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간의 상충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한은 직원들에게 “정교한 정책 대응을 통해 한국 경제의 연착륙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일 신년사에서 “올해도 우리 경제 안팎에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해 7월 중 6.3%까지 치솟았고, 9~10월에는 미 달러화 강세가 심화해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로 뛰었다. 10월 이후엔 강원도발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기도 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은도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초 1.0%였던 기준금리를 3.25%까지 인상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고,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와 감염병 상황 변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돼 관련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또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경기·금융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커질 것이므로,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관계 당국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정책 대응 방안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많은 전문가가 역대 어느 때보다 심각한 복합위기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영미권 속담인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구름 속에도 한 줄기 빛이 있다)을 인용하며 “희망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희망’의 사례로 지난해 하반기 급등했던 환율이 점차 안정된 예를 들었다. 이 총재는 “정부·기업·금융기관의 위험관리 시스템이 개선된 결과”라며 “우리가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경계하되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걱정이 많지만 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증가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이 단가 하락으로 부진했지만, 여타 주력 품목들은 지난해 증가를 이어간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외 여건이 회복되면 무역수지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겪게 될 어려움도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고금리 환경 역시 높은 가계부채의 수준을 낮추고 부채구조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부동산 금융과 관련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축적된 경험과 균형 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연착륙에 기여하는 파일럿이 돼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또 각 경제주체가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국민에게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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