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바티칸 수도원에서 선종…향년 95세
가톨릭 전통교리 지키는 데 앞장
598년 만 자진 사임 교황
선출 당시 최고령…건강 우려 끊임없이 제기
바티칸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늘 오전 9시34분 바티칸의 마터 에클레시아 수도원에서 선종했음을 애도의 마음으로 알린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사진=AFP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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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는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요제프 알로이지우스 라칭거로, 추기경 시절에는 ‘라칭거 추기경’으로 통했다. 형인 게오르그 라칭거도 가톨릭 사제로 활동하는 등 고인의 가족도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었다.
그는 다섯 살 무렵 뮌헨의 대교구장이었던 추기경의 붉은 의복을 보면서 성직의 꿈을 꾼 것으로 알려졌다. 형과 함께 1945년 트라운스타인의 성 미카엘 신학교에 입학했고,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후 신학박사를 취득하고 1958년 프라이징 대학교와 튀빙겐대학 등에서 신학을 강의했다. 1977년 뮌헨 대주교에 올랐고 4개월 뒤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1981년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오랫동안 장관직을 맡았다.
베네딕토 16세는 종신직인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역대 두 번째 교황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그는 2005년 4월19일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제265대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선출 당시 78세였던 나이는 1730년 교황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만에 최고령 교황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의 업무수행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다. 즉위 전 이미 심장발작을 두 차례나 겪고 고혈압과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다. 건강에 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던 이유다.
2013년 2월11일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결국 교황직을 사임했다. 종신직인 교황이 생전에 자진해서 사임한 경우는 1415년 이후 처음이었다. 사임 이후 그의 공식 호칭은 ‘명예 교황’ 또는 ‘로마 명예 주교’로 정해졌다. 이후 그는 바티칸의 한 수도원에서 여생을 보냈다.
그는 가톨릭의 전통적인 교리를 지키는데 앞장서 온 인물이다.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큼 보수 이론가로 명성을 얻었다. 재임 기간에는 현대사회의 세속주의와 무신론, 소비 만능주의 등에 맞서 싸웠다. 사제의 결혼이나 여성 사제 서품, 개신교와 합동 미사, 낙태와 동성애 등에도 반대의사를 밝혀왔다.
퇴임 후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을 다룬 ‘두 교황’이란 영화가 제작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연극이 국내 무대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주교직에서 물러난 이가 사망할 경우에는 성베드로성당이나 성베드로광장에서 장례가 진행된다. 베네딕토 16세 선종에 따라 추기경단의 수석 추기경 대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장례를 주재할 방침이다. 교황의 시신은 성베드로성당이나 광장 안에 있는 클레멘타인 소성당에 안치된다.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장례식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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