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를 초근접 위협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지원 내용이 담긴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지난 23일 확정한 이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공세가 부쩍 늘고 있다.
미국 인도ㆍ태평양사령부는 지난 21일 남중국해에서 미 공군 RC-135 ‘리벳조인트’ 정찰기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J-11 전투기가 20피트(약 6m) 이내에서 위협 비행을 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미 국방부가 공개한 당시 RC-135가 촬영한 영상에는 J-11 전투기가 바로 옆에서 나란히 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RC-135 '리벳조인트'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 거점인 인공 섬에 대한 감시·정찰 활동을 벌인다. 사진 미 공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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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ㆍ태평양사령부는 “중국 전투기가 합법적이고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 중이던 RC-135에 대해 안전하지 않은 비행을 했다”며 “RC-135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을 하도록 만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 인도ㆍ태평양 합동군은 선박과 항공기의 안전을 고려해 국제법에 따라 앞으로도 공해 및 공해 상공에서 항해 및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국가가 국제법을 지키면서 공해 상공을 안전하게 사용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투기가 공해상에서 미 정찰기를 위협 비행한 것도, 미국이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모두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6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Su-30 전투기가 미 공군 C-130 수송기를 위협 비행했을 당시엔 미군 관계자들이 언론에 관련 사실을 흘리는 수준이었다.
RC-135는 전자정보(ELINT)ㆍ통신정보(COMINT)를 실시간 수집ㆍ분석하고 발신지를 추적ㆍ탐지하는 정찰기다. 북한에서 핵ㆍ미사일 관련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한반도에도 전개돼 감시 활동을 벌인다.
지난달 8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불만 표시로 대만해협에서 포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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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에선 중국이 활주로와 레이더 기지를 만들어 군사 거점으로 삼고 있는 인공 섬들의 동향을 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해도 중국이 미군의 정찰자산을 노리고 위협 비행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자칫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만을 작전구역으로 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성탄절(25일)에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벌이며 대만 인근 상공에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 71대를 출격시켰다. 이는 대만 주변에서 하루에 동원한 군용기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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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만의 미국산 무기 구입 시 금융 지원을 명시한 NDAA에 서명한 직후의 일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대만을 사실상의 동맹국으로 대우하려 한다는 판단 아래 중국이 강도 높은 무력시위로 견제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위협 비행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지원을 본격화한 바이든 미 행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반대로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군사활동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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