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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배달로 380만원 버는데 공장서 왜 일해요”···늙어가는 韓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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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도크 떠나는 2030

저임금 고착화에 MZ 외면···빠르게 고령화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분야로 대거 이동 ?

2030 비중 6년만에 16%P 급감

도장공 20대 4.7%·30대 15.4% 불과

조선 관련 특성화고·대학 학생수도 감소세

첨단 선박 대거 수주하지만 기술 전수 안돼

“이대로 가다간 조선강국 자리 내줄 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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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한국 조선 산업의 기둥이 될 2030세대 인력 비중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국내 조선 업계의 중장기 전망이 크게 어두워지고 있다. 조선업은 특히 숙련공이 얼마나 많은지가 핵심인데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아래 세대에 기술 전수가 막혀 앞으로 고급 생산 인력 부족 현상이 만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들은 4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배달 라이더, 배송 기사 등 플랫폼 노동시장에 빠르게 흡수되면서 초임 200만~300만 원 수준의 조선소 근무를 꺼리는 것이다.

29일 고용노동부와 조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0대부터 60세 이상의 조선업 종사자 비율은 65.9%로 2015년 말 대비 16%포인트가량 늘어났다. 특히 50대 이상 근로자는 23%에서 31%로 증가해 조선업 내 주요 연령층이 되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반면 2030세대는 같은 기간 50%대에서 34%로 3분의 2토막이 났다. 조선업은 근로자들의 숙련도에 따라 선박의 질이 좌우되는 산업이다. 통상 경력 5년이 넘어야 용접·도장 등의 업무에 익숙해진다. 당장은 조선소 내 숙련공들이 많은 상황이지만 산업 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숙련공 숫자도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선업의 20대 도장공은 전체 대비 4.7% 수준으로 사실상 20대 도장공은 ‘궤멸’ 수준이다. 30대 역시 15%에 그친다.

만성적인 숙련공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조선협회 등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거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전남 영암 대불공단에 있는 한 조선사 협력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달라 한국인 근로자를 가르치는 것에 비해 몇 배나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힘들여 외국인 근로자를 숙련공으로 만들어도 금방 조선소를 떠나 다른 업종으로 가니 외국인 근로자가 숙련공 문제 해결의 핵심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조선업에서는 앞으로 젊은 숙련공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과 달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암모니아 추진선과 같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선박 수주를 대거 늘리고 있어 기술력을 갖춘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처음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MZ세대 인력을 뽑기 시작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대졸 생산직을 채용했다. 입사부터 2년 경력을 인정해주고 초봉 역시 연 4500만 원 안팎의 금액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졸 생산직은 70여 명 지원에 16명이 채용됐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추진선과 같은 차세대 선박은 고가의 설비가 매우 많이 들어가는 선박이라 제조하기가 상당히 복잡해졌다”며 “지역 내 대학들을 쫓아다니면서 조선소에 인력을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소 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MZ세대들이 임금이 더 높고 업무 시간이 자유로운 배달 라이더나 배송 기사 등 플랫폼 근무로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용보험 자료를 보면 올 4월 기준 플랫폼 종사자는 24만 명이며 이 중 2030세대는 36%를 차지했다. 임금 역시 조선 업종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배달업 종사자들의 올해 월평균 보수액이 381만 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월 25일 근무를 하며 400만 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조선 업종의 경우 직군과 직영·하청에 따라 다르지만 배달 라이더들보다 나은 상황은 아니다. 특히 주52시간 근로제 등의 영향으로 실제 소득은 더 낮은 편이다. 실제 거제에 위치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한 50대 생산직 근로자의 올 상반기 기준 급여 명세서를 보면 주50시간 근무에 월 실수령액 230만 원인 적도 있다. 또한 하청 구조가 많은 조선업의 특성상 저임금구조가 고착화하면서 MZ세대들에 조선 직종은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990년대에는 20%에 불과했던 하청 비율은 조선 수주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기준 61%까지 치솟았다. 저임금에서 더 나아가 MZ세대의 제조업 기피 현상도 조선소 고령화 현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협회가 도장 분야 신입 직원 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 16%가 각각 저임금, 높은 노동 강도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2030세대 인구수도 중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다. 올해 기준 2030세대 인구는 약 130만 명이다. 이는 10년 전 2030세대 인구수(약 150만 명)보다 20만여 명 줄어든 수치다.

이에 조선 관련 전공 학생들의 숫자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조선 관련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이나 조선해양 전공을 가진 대학의 졸업생들도 감소 추세라 앞으로 조선소 내 고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대학(4년제) 조선해양 관련 학과 졸업생 숫자는 2017년 1048명에서 2020년 685명으로 34%나 빠졌다. 또 조선해양학과가 있는 전국 특성화고의 올해 3학년 재학생은 230명인데 1학년 인원은 202명으로 신입생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구 자체가 감소하며 종사자 ‘풀’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며 “조선소들이 주로 위치한 울산·거제·영암 등 배후 도시의 인프라도 상당히 부족해 젊은 층의 유입보다 유출이 더 커지고 있어 지방 도시에 대한 인프라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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