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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00일이 지났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대응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법안 개선을 요구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경제 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법 자체가 결함이 많다"며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완 의사를 보이자 재계에선 목소리를 더 크게 내기 시작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2~18일 5인 이상 기업 1,035개(중소기업 947개·대기업 8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대재해법 시행 기업 인식도 조사'에서 이같이 기업들이 답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5.1%가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한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고 했고, 11.3%는 모르겠다고 했다. 충분히 대응할 능력이 있다는 의견을 낸 곳은 13.6%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에서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77.0%로 더 높았다.
기업들은 대응 여력이 부족한 이유로 '전문인력 부족(46.0%)',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6.8%)', '과도한 비용부담(24.5%)' 등을 꼽았다. 중소기업들은 '전문인력 부족(47.6%)'을, 대기업(300인 이상)에선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50.6%)'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응답 기업의 89.8%가 현재 유예 상태인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유예 연장 또는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소규모 사업장은 인적·재정적 여력이 매우 부족하다"며 "무리한 법 적용으로 범법자가 양산되지 않게 유예 기간을 연장하고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시설개선비 지원 등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법은 사업주·경영책임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하는 내용으로,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5~49인 사업장, 2년간 적용 유예)에 들어갔다.
"법률 폐지 또는 명확화 등 법 개정", "처벌수준 완화" 등 요구
개선방향에 대한 규모별 응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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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대한 또는 고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게 쉽지 않고, 준수해야 할 의무 조항이 많아 재계에선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설문에서도 중대재해법 의무사항을 알고 있다는 기업은 38.8%에 불과했고, 기업 경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61.7%에 달했다. 경총 측은 "중대재해법 대부분 의무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산안법상 의무는 1,222개 조항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80.3%는 중대재해법 개선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①법률 폐지 및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일원화(42.2%) ②법률 명확화(33.9%) ③처벌 수준 완화(20.4%) 등을 꼽았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많은 기업들이 산재 예방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 대응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후속조치 과정에서 법안의 모호성과 과도한 형사 처벌을 개선하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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