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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 중소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해 대행업체에 안전관리를 맡기면 안전과 보건 각각 700만 원씩, 총 1400만 원 수준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를 대행업체에 맡겼다가 자칫 허점이 발생할까 우려해 직접 채용에 나섰지만 연봉을 3000만 원 가량 지불해야 한다. 대행 비용의 두 배가 넘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B 중소기업의 대표는 근로자들에게 근무 중 위험한 경우 설비를 멈추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 듣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에 위험 상황에서 설비가 자동으로 멈출 수 있게 60개 장비 전체에 센서를 부착했지만 근로자들이 이를 임의로 끈 채 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안전관리자가 이 설비를 계속해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로 이어지는 법인데도 사업주가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책임지면 되는지 알지 못한다. 안전 관련 근로자를 채용하고 싶지만 지원자마저 없다.
#화학제품을 도매하는 C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규정에 애를 먹는다. 예컨대 고압가스를 보관 장소에 두도록 돼있지만 보관 장소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요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 1년이 다 되도록 중소기업들은 법령의 의무사항 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요인과 안전 의무에 대한 추상적인 명시로 법 해석조차 어려운 데다 자금난·인력난으로 관련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는 2024년으로 예정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2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인 이상 기업 1035개 사(중소기업 947개 사, 대기업 88개 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의 65.6%는 중대재해법 의무사항을 여전히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77%가 중대재해법에 대한 대응여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대응여력이 ‘충분하다’고 답한 기업(11.5%)은 10개 기업 중 1개 기업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이 중대재해법 대응을 어려워 하는 요인은 ‘전문인력 부족’과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 ‘과도한 비용 부담’ 등 크게 3가지로 압축됐다. 눈에 띄는 점은 300인 이상의 기업은 절반 이상(50.6%)이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반면 5~299인의 중소 규모 기업은 '전문인력 부족'(47.6%)을 중대재해법 시행의 가장 큰 허들로 지목했다. 자금난, 인력난 등으로 인해 전문인력을 따로 고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들은 ‘법률 자체의 불명확성’(25.2%)과 ‘과도한 비용 부담’(24.9%)도 법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봤다. A기업 대표는 “중대재해법상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인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양벌규정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며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B기업 대표 역시 “소방법,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등 다양한 규제로 부담이 크다”며 “기관마다 양식도, 관점도, 해석도 달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중소기업 10개 사 중 8개 사(80.3%)는 중대재해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법률 폐지 및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일원화’(42.2%)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법률 명확화’(33.9%)와 ‘처벌수준 완화’(20.4%)가 뒤를 이었다.
업계에선 2024년 1월로 예정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늦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관련 중소기업의 93.8%가 ‘유예기간 연장 또는 적용제외’에 손을 들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수준 등으로 혼란과 애로가 크다”며 “특히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인적ㆍ재정적 여력이 매우 부족한 여건에서 법 적용 전에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사항을 모두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법 적용으로 범법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며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시설개선비 지원 등 정부 지원 역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김동효 기자 (sorahos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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