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정치행간] 중도확장은 ‘비윤’ 당대표가?… 친윤 “차기 총선 간판은 용산과 소통이 우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지지층의 고민이 시작됐다... ‘민심 vs 당심 vs 윤심’
3월 전당대회, 정권 출범 후 첫 집권당 대표 누가 적합?
'김기현-장제원 연대' 권성동 나경원 안철수 유승민 등 난립
한국일보

국민의힘에서 '핵심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왼쪽)과 차기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내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인사하고 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움직임을 놓고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본격화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오대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전반부 집권당을 이끌 당대표로 누가 적합한가. 국민의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내년 3월 초에 열린다. 정권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당대표 선거다. 불과 두 달 반밖에 안 남아 해가 바뀌면 여권은 당권경쟁 국면으로 빨려 들어갈 전망이다. 차기 당대표는 2년 차를 맞는 윤 정부가 임기 첫해의 시련을 이겨내고 국민 지지를 회복하는 데 막중한 임무를 분담하게 된다. 무엇보다 내후년 총선을 치를 주인공이다. 여기서 다소 상반되는 두 가지 조건이 충돌한다.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뒷받침하는 것과 중도확장을 통한 총선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이다. 당원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씩 반영하던 선출방식을 ‘당원 100%’로 바꾸면서 두 가치에 대한 지지층의 고민이 시작됐다.

“미래권력 당대표는 국정동력 분산” “실제론 잡음 없는 윤심 공천이 핵심”


’친윤’계로 당내 전략기획부총장인 이양수 의원은 21일 본보 통화에서 “총선이 6개월 후라면 몰라도 1년 4개월이나 남아 대통령과의 관계가 당대표를 고를 기준으로 힘이 실릴 것”이라며 “당원 100%로 뽑게 됐고 당원들은 모두 이 정부가 잘되길 바라고 있다. 국정철학 공유능력이 강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총선 간판이 당대표가 되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총선은 ‘윤석열 얼굴’로 치르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지지율이 낮지만 향후 오를 수 있다. 대선 때 찍어준 표와 지방선거 압승 당시 표만 찾아오면 된다. 대통령 후광으로 총선을 치를 텐데 소통이 잘되는 당대표에게 당원들의 마음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선주자급이나 자기 목소리를 키우는 미래권력이 당권을 쥐면 국정동력이 분산된다는 우려다.

이럴 경우 ‘비윤’ 또는 ‘반윤’에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은 물론 ‘친윤’ 안철수 의원도 자격미달 후보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당직자는 “외연을 확장해 이념적으로 중도성향까지 포용해야 총선승리가 담보되는 건 맞지만 개성이 강한 당대표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윤 정부 성공을 위해 용산과 발맞춰 윤심(尹心)을 반영한 공천을 단행하고, 그 과정에서 대화가 잘되는 당 지도부가 실질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과 용산의 관계가 종속적이어선 안 되겠지만 독립적이어선 더욱 곤란하다는 얘기다. 친윤 직할 당대표로 총결집해 보수가치를 되살려야 집권 2년 차에 정권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친윤 당대표 정면 돌파론’에 대해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국정철학 부합과 중도가치를 통한 총선공략은 병립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선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여권 주류의 자신감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후년 총선은 지금이 아니라 그때 가서 한두 달이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2020년 총선을 4월에 하지 않고 3월 마스크대란 배급제 때 했다면 결과가 어떠했겠냐. 4·15총선 몇 주 전 상황이 그랬다. 국민의힘이 휩쓴 올해 지방선거도 6월이 아니라 10월쯤 했으면 어땠을까.” 그는 “대통령 지지율은 경제상황에 달렸다”며 “내년에 경제가 더 어렵고 내년 하반기쯤이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이듬해 초반은 회복국면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한국일보

2월 17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유승민 전 의원이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도확장 당대표 친윤엔 없어” “당원투표 100% 잔치는 컨벤션 효과 취약”


반면 총선은 의석 규모만 보더라도 수도권 싸움이다. 또 2030세대를 끌어와야 한다. 수도권은 500~1,000표 사이에서 당락이 갈리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 현재 수도권 121석 가운데 국민의힘은 17석에 불과하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대구 강연에서 ‘수도권·MZ세대 당대표론’을 띄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략 50석 이상은 확보해야 하고, 그러려면 중도·보수연대를 복원해야 가능하다. 고정 지지층을 뛰어넘는 민심의 요구를 과감히 반영하려면 친윤 당대표가 취약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은 친윤계 내부에서도 포착된다. 비수도권 친윤계 의원은 “지역적으로 영남을 탈피하고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당대표여야 통합적, 중도적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지만 김기현, 권성동 의원 같은 친윤 후보군에 그런 인물은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해법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어느 당대표가 정권 초에 대통령과 척질 수가 있겠느냐. 굳이 용산의 손아귀에 있는 사람을 낙점해 띄워야 하는지, 당에서도 용산 심기만 살피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는 그쪽으로 가고 있다.” 이 의원은 다만 "유승민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여당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며 “유 전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나설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그러면 중도적 색깔로 안철수 의원이 남는데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대통령과 신뢰가 쌓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선 룰을 당원투표 100%로 급조하듯 바꾼 대목도 논란이 분분하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유승민 배제’ 의도로 의심받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반여론조사를 0%로 없앤 건 이해하기 힘들다. 정당은 여론의 첨병으로 여론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며 “정당은 정권보다 생명력이 더 길고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전당대회는 컨벤션 효과(대형 정치이벤트에 따른 지지율 상승)를 누려야 하는데 이렇게 가면 대중의 관심을 떨어뜨린다. 그들만의 잔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민주당 전당대회가 흥행에 실패한 것도 ‘이재명 대세론’보다는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25%)이 크지 않아 끝까지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를 역동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경선 등 막판으로 갈수록 대장동 의혹이 부각된 상황을 말한다. 신 교수는 다만 최근 국민의힘 당원규모가 80만 명으로 불어나 “20대 당원층의 반전으로 친윤 의도대로 안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4월 20일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부친의 빈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조문을 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거대야당 있는 한 정계개편 추진할 당대표 필요성도”


친윤 진영은 안철수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 같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가 아직 확실하게 판세를 주도하지 못하면서 다자구도 상태다. 대통령의 ‘관저 초청정치’ 초기 윤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있다는 설이 퍼졌으나, ‘윤핵관’ 권성동 의원이 출마를 예고하면서 복잡해졌다. 핵심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의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친윤계 교통정리를 두고 여론조사상 당심에서 앞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친윤 당대표가 중도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인과관계도 상관관계도 없는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과거 친이, 친박 같은 계파가 사라졌고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홍준표 후보는 시장이 됐고, 원희룡 후보는 장관이 돼 함께 일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하는 극소수를 빼면 거의 다 친윤”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는 당대표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영남권의 한 의원은 새 당대표가 대통령과 호흡이 맞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대로 가면 총선이 버거워 필히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 지지율은 오를 수 있고 50%만 되면 과거의 야당의원 빼오기가 아닌 세력 대 세력의 새판짜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지지율이 꿈쩍도 안 하는 최악을 가정할 경우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과거 YS가 사사건건 달려들던 이회창씨를 전격 픽업해 정치적 반전을 누렸듯, 윤석열과 유승민 두 사람이 손잡으면 그 충격과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대응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 친윤계 의원은 “우리 국민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실망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정계개편 필요성이 충족돼 있다. 단, 동력이 생기려면 지지도가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3월 전당대회에서 당심과 민심의 지지를 함께 받는 집권당 대표가 나오면 국정의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다. 반면 민심과 유리된 당심이나 윤심만 작용하면 그 후유증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박석원 논설위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