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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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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력시설 폭격한 이란제 드론에 日부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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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카메라·모터 등 일본산 부품 사용…제3국 거쳐 수출됐을 가능성 "이란, 밀수 루트 확보"]

머니투데이

이란제 드론 샤헤드-136/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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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드론(무인기)에 일본산 가전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본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달 수도 키이우의 군 정보국 시설에서 자국 침공에 사용된 러시아군의 드론과 관련 부품 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드론은 공격형 드론 '모하제르-6'와 자폭형 드론 '샤헤드-131' '샤헤드-136' 등 3개로, 원형을 거의 유지하고 있었다. 이 드론들은 이란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이나 주택 등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분석 결과 모하제르-6의 117종 200개 이상의 부품 가운데 미국산이 65%, 일본산이 11%였다. 아사히는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 부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86%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제 드론에는 일본 대기업의 카메라를 포함해, 서보모터, 집적회로, 리튬이온전지 등이 사용됐다. 이 가운데 서보모터는 일본의 한 전자기기 제조업체의 제품인데, 이 회사는 지난해 군사전용이 가능한 모터를 중국에 수출하려고 했다가 사장이 불구속 입건됐고 이후 불기소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전자기기나 전기회로 등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되는 범용 릴레이(계전기)도 일본산으로 확인됐다. 계전기는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기기에 폭넓게 사용되는 부품으로, 이 자체로는 군사용품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일본은 수출 제품이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는 규제가 있지만 가전에 폭넓게 쓰이는 부품의 수출까지는 막지 못하고 있다.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교수는 "문제는 가전 부품으로 손쉽게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우크라이나 측이 공개한 드론들을 육안으로 확인하니 기체에 접착테이프로 연결한 듯한 자국이 보였고 목제 프로펠러가 쓰였다.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을 파괴하고 시민을 살상한 무기치고는 너무 간소해 보였다"면서도 "드론에서 꺼낸 카메라에는 'MADE IN JAPAN'(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적힌 바코드가 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모하제르-6과 샤헤드-136에서 나온 부품을 만든 일본 업체는 총 7곳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들은 아사히에 "이란에 직접 수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 제재로 인해 일본 민간 기업이 이란과 거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일본산 부품들이 제3국을 거쳐 이란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즈키 교수는 "중국과 중동 등 제3국을 경유해 이란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테헤란에 주재하는 한 외교 관계자는 "이란이 다양한 밀수 루트를 확보해 물품을 입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란이 드론 개발을 계속 진행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방은 이란이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용 드론을 수출했을 뿐 아니라 훈련 교관까지 파견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세계적으로 이란 공포증을 조장하기 위해 거짓말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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