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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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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0조씩 쌓이는 나라살림 적자… 고용시장도 찬바람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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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수입을 중심으로 총수입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총지출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100조원 이상 적자를 기록하는 건 2020년 이후 두 번째다.

이런 가운데 내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고용시장에 벌써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은행권에서마저 희망퇴직자가 속출하고, 계절조정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2~4월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해도 나라살림 적자 100조원 넘는다…3년째 100조원 안팎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는 –8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서 산출하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 등)을 추가로 차감해 도출한다. 미래 지출이 예정돼 있지만 한시적으로 흑자를 보이는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했기 때문에 착시를 줄여줘 실질적인 나라살림 수준을 보여준다.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통상 12월에 적자가 10조원 안팎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역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말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0조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정부는 다만 연말까지 계획범위(110조8000억원) 내에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는 평균 적자가 22조5000억원을 기록,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2019년 적자 규모가 54조4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112조원 적자를 나타내며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90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올해도 적자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돼 3년 연속 나랏빚이 10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도 2018년 –0.6%에 머물렀지만 2019년 –2.8%, 2020년 –5.8%, 2021년 –4.4%, 올해 –5.1%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총수입(609조1000억원) 증가에도 불구하고 총지출(679조5000억원)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10월 기준 총지출 항목을 보면 예산과 기금은 코로나 위기 대응 사업과 소상공인 손실보전지급 등의 영향으로 각각 전년보다 26조1000억원, 36조6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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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 2차 추경 대비 6% 정도 줄인 639조원으로 정하는 등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켜 관리재정수지를 안정화할 계획이다. 내년도 총수입이 625조9000억원으로 예측되는 것을 고려하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8조2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도 –2.6% 수준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정부는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긴축 고삐를 죌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재정준칙 법제화와 같은 근본적인 재정 개혁 방안 없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 9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묶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조이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 방안을 마련, 법제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소위원회 안건으로 재정준칙 법제화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여야 간 논의가 실종되면서 올해 안에 국회 통과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이 2042년부터 적자로 전환되는 등 현 재정 상황에선 감당하기 힘든 저출산·고령화의 파고가 조만간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준칙 도입 논의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사안이란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재정준칙 운영 경험이 없다”면서 “우리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지출을 직접 통제하거나 국가채무 수준 자체를 관리하는 준칙의 도입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대 실적’ 은행권도 희망퇴직 바람…얼어붙은 고용시장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7일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 등을 공지했다. 관리자, 책임자, 행원급에서 각 1974년,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가 신청할 수 있다. 특별퇴직금은 1967년생이 24개월치, 나머지는 36개월치 월평균 임금으로 책정됐다. 이 밖에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최대 3300만원,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등도 지원된다. 우리은행은 오는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내년 1월 말까지 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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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달 18일부터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해 다음 주 최종 퇴직자 공지를 앞두고 있다.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에서는 40세(1982년생)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희망퇴직금으로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20∼39개월치가 지급된다. 최종 퇴직자 규모는 500여명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427명보다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Sh수협은행도 최대 37개월치 급여를 조건으로 15년 이상 근무자로부터 지난달 18∼22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경우 아직 희망퇴직 공고가 나지 않았는데, 예년 일정으로 미뤄 대부분 연내 신청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에서 약 500명의 희망퇴직자가 확정된다면 올해 5대 은행에서만 2400여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된다. 앞서 국민은행 674명, 신한은행 250여명이 1월에 희망퇴직했고 하나은행에서도 상반기 478명, 하반기 43명 등 521명이 회사를 떠났다. 우리은행의 올해 초 희망퇴직자 역시 415명에 달한다. 은행권 전체 희망퇴직자도 최소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버텨주던 고용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계절조정 취업자 수는 2813만9000명으로 10월 대비 2만8000명 줄었다. 계절조정 고용률도 62.1%로 0.1%포인트 떨어졌다. 고용통계는 졸업·방학·휴가철 등 계절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단기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계절 요인을 제거한 계절조정 고용지표도 별도로 공표한다. 지난달의 경우 취업자(2842만1000명)가 전년 동월 대비 62만6000명 늘고, 고용률(62.7%)도 1.2%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계절조정 지표를 통해 살펴보면 고용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계절조정 취업자는 지난 9월에 2만2000명 감소했고, 10월에도 5000명 줄었다. 계절조정 취업자가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고용 한파가 거셌던 2020년 2월(-2000명), 3월(-67만2000명), 4월(-27만5000명)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올해 가계대출 18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듯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금리와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자산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수년간 은행권을 압박해온 가계대출 총량 관리도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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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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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5일 현재 693조6469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529억원)보다 15조4060억원 감소했다.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1년 새 6조3564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18조2068억원 급감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월별 통계를 살펴봐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기준 902조6670억원으로, 지난해 12월(910조1049억원)보다 7조4379억원 줄어들었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까지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역시 같은 기간 9조6812억원(1261조4859억원→1251조8047억원) 감소했다.

해당 통계는 2003년 10월부터 집계됐는데, 연간 증감을 확인할 수 있는 2004년부터 예금은행은 물론 전체 예금취급기관 기준으로도 연말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말보다 줄어든 적은 없다. 따라서 5대 은행의 15일 현재까지 추세, 고금리로 극심한 대출 부진을 겪고 있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상황 등으로 미뤄 올해 은행과 전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잔액이 통계 작성 이후 18년 만에 첫 감소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례적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보다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초 4%대 후반이었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최근 8%에 바짝 다가서자 대출자들은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부터 서둘러 갚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부동산·주식·가상화폐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노린 대출 수요도 대폭 줄었다.

이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주요 은행들은 최근까지도 당국으로부터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내라는 주문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몇 년간 가계대출이 불어나면서 당국이 매년 12월 초쯤 은행들에 다음 해 가계대출 증가액과 증가율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구체적인 수치로 제출하라고 요구해온 것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해석이다. 총량관리제가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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