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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허리 아프면 디스크? 대동맥·췌장·자궁·콩팥 문제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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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질환 오인 부르는 내과 질환

허리가 아플 때 단순히 ‘잘못된 자세를 오래 유지해 그런가 보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이미 허리 디스크 같은 정형외과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당 질환 때문이겠거니 하고 여겨 정형외과로 가기 쉽다. 그런데 요통, 즉 허리 통증이 의외의 내과 질환을 암시하는 신호일 수 있다. 허리 통증의 양상과 동반 증상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원인 질환이 허리와 가까운 하행 대동맥, 췌장, 자궁, 콩팥 등에서 발생한다. 주요 부위별 요통을 유발하는 기전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중앙일보





대동맥 박리



칼로 베인 듯한 등 통증이 허리까지

등 뒤 견갑골 사이가 칼로 베인 듯 날카로운 통증이 나타나고, 그 통증이 허리까지 뻗어 나간다면 대동맥 박리를 의심할 수 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뻗어 나오는 가장 큰 동맥으로, 피를 심장에서 몸 전체로 보내는 데 매우 중요한 혈관이다. 가슴에서 배꼽 위쪽 복부까지 있다. 대동맥 혈관 벽이 찢어져 발생하는 질환이 대동맥 박리다. 대동맥 혈관 벽은 외막·중막·내막 등 3개의 막으로 이뤄지는데, 혈관 벽 가장 안쪽에 있는 내막의 일부가 박리되면서 새로운 공간인 ‘가성 내강’이 생긴다. 이 새로운 공간이 바깥으로 밀리면 혈관이 터질 수 있고, 원래 피가 흐르던 기존 공간(진성 내강)을 침범하면 피가 잘 흐르지 못하면서 허혈성 질환을 유발한다. 혈관이 박리된 부위가 ‘상행 대동맥’인 경우 통증은 주로 가슴 앞쪽에서 나타나 극심한 가슴 통증을 유발하지만 가슴에서 배 쪽으로 내려가는 ‘하행 대동맥’인 경우 주로 등 쪽 견갑골 사이와 허리·복부·골반에 통증이 나타난다. 척추를 따라 통증이 아래로 이동하는 것 같은 증상이 특징이다. 한양대병원 흉부외과 김혁 교수는 “하행 대동맥 박리로 인한 요통을 척추 질환으로 오인해 신경외과·정형외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척추 질환으로 인한 허리 통증은 특정 자세를 취할 때 나타나지만 하행 대동맥 박리로 인한 허리 통증은 자세와 관련 없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급성 대동맥 박리는 초기 사망률이 시간당 1%씩 높아질 정도로 위험한 초응급 질환이다. 얼마나 빠른 치료가 예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 흉부 CT 검사로 대동맥의 박리를 확진할 수 있다. 대동맥 박리 위치·정도에 따라 수술 또는 약물치료, 스텐트 삽입술 여부를 결정한다. 대동맥 박리의 가장 흔한 원인은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으로, 전체 환자의 약 80%에서 동반된다. 노화·고혈압·동맥경화로 인한 중막 변성도 주요 원인이다. 예방을 위해선 금연과 함께 고혈압·동맥경화의 예방·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급성 췌장염



윗배 통증이 등·옆구리·허리로 뻗쳐

갑작스럽게 상복부에 극심한 통증이 있고 등·옆구리·허리까지 뻗치는 증상이 있다면 급성 췌장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췌장은 명치 위치에서 등 쪽 방향으로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소화기관으로, 급성 췌장염은 갑작스러운 췌장 선세포(이자의 외분비 세포)의 손상으로 광범위한 간질성 부종, 괴사 등이 유발되는 염증성 질환이다. 급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담석과 알코올이다. 그중 전체 원인의 30~75%를 차지하는 담석은 담췌관의 말단 부위인 오디(Oddi) 괄약근에 박히거나, 담석이 담췌관을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오디 괄약근의 기능 장애를 유발해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급성 췌장염 원인의 30~60%를 차지하는 알코올은 췌장을 구성하는 췌장선방세포·췌관세포·성상세포 등을 망가뜨린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성지 교수는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췌장에 생긴 염증은 췌장 내 부종·섬유화를 일으켜 신경 말단을 자극하고, 췌관 압력을 높여 췌장 실질의 혈류가 감소하면서 허리·배에서 허혈성 통증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런 통증은 뒤로 누울 때 윗배나 배꼽 주위 통증이 등, 왼쪽 옆구리, 허리까지 뻗어 나가다가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끌어당기면 췌장 폭이 감소해 증상이 완화한다.

급성 췌장염이 의심될 땐 혈액검사를 통해 췌장 소화효소의 농도를 확인하고 복부 CT 검사를 한다. ▶췌장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의 혈청 농도가 정상치보다 3배 이상 높은 경우 ▶특징적인 복통이 있는 경우 ▶CT 검사 결과 췌장염 소견이 있는 경우 가운데 두 가지 이상 해당하면 급성 췌장염으로 확진한다. 급성 췌장염은 대부분 합병증 없이 낫지만 약 25%에선 중증으로 진행해 합병증을 유발하고 사망률이 2~22%로 높아진다. 경증 췌장염은 통증 치료와 수액 요법을 통해 회복할 수 있으며, 중증 췌장염이면 염증 치료와 항생제 투여, 배액 치료가 권고된다. 급성 췌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과음을 피해야 한다. 담석이 증상을 유발한 경우에는 담낭 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자궁내막증



요통 있으면서 생리통이 생리 전부터

여성 가운데 생리 전부터 생리통이 시작하고, 평소 허리 통증과 복통이 지속한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벽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난소·골반 벽 등에 자리 잡아 생기는 질환이다. 생리할 때 난관으로 역행성 생리가 일어나면서 생리혈 속 자궁내막 세포가 골반 내로 이동해 이 질환이 생긴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자궁내막이 골반 벽에 유착돼 파고들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요통이 심하거나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이는 골반의 신경 지배가 척추의 신경 지배와 비슷해 골반통의 연관통으로 허리 통증이 생겨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산부인과 이승호 교수는 “이처럼 자궁이 아닌 곳에 있는 ‘이소성(異所性)’의 자궁내막 세포는 성호르몬에 대한 수용체를 갖고 있어 생리 주기에 따라 국소 출혈과 염증 반응을 일으켜 병변의 섬유화·유착을 유발하고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환자에겐 성교통이 심하거나 생리 전후 배변 이상, 설사, 배뇨 곤란, 광범위한 골반 통증 같은 비특이적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 확진을 위해서는 병변을 맨눈으로 관찰하거나 조직 병변에 대한 조직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환자의 나이, 폐경 여부, 증상 유무, 환자 선호도에 따라 진통제, 경구 피임제, 황체호르몬, 성선자극호르몬 분비 호르몬 투여 등 내과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 중 치료법을 선택한다.



급성 신우신염



허리 살짝만 쳐도 아프고 열 나

갑자기 허리 또는 옆구리 통증과 함께 오한·발열 등 몸살 증상이 찾아왔다면 급성 신우신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급성 신우신염은 콩팥·신우(소변이 일시적으로 모이는 콩팥 깔때기) 등 상부 요로계가 감염된 질환이다.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오진규 교수는 “세균이 방광에서 콩팥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원인균의 85%는 대장균”이라고 강조했다. 여성의 경우 요도의 입구에서 방광까지의 길이가 남성보다 짧은 데다, 항문과 요도 사이 질 분비물을 통해서도 균이 요도로 옮겨가기 용이하다. 여기에 생활습관으로 대변을 뒤에서 앞으로 닦으면 대장균이 요도로 옮겨와 신우신염이 발병할 소지가 커진다. 대장균 등 세균에 요로가 감염된 후 어떤 이유로 소변이 아래(방광)에서 위(콩팥)로 역류하면 세균이 타고 올라가 신우신염을 일으킨다. 선천적으로 방광을 통과하는 하부 요관과 방광 사이의 생리적 밸브의 길이가 짧을수록 소변이 역류하기 쉽다.

최근엔 항생제 사용 증가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는 것도 급성 신우신염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콩팥에 염증이 생겨 허리와 옆구리에 통증을 일으키고, 염증 반응으로 발열을 유발한다. 늑골척추각(맨 아래 갈비뼈와 척추가 만나는 부위)을 살짝만 쳐도 환자는 아파한다. 급성 신우신염은 방광염을 동반한 경우가 많은데, 이땐 방광염의 증상인 긴급뇨(갑자기 소변이 보고 싶어 달려가다가 소변을 보는 것), 절박뇨(소변이 절박하게 마렵고 잘 참지 못함), 배뇨통(소변 볼 때 통증 느껴짐) 등이 나타난다. 감염 상태가 심하면 혈뇨를 보이기도 한다. 소변 검사, 소변균 배양 검사, 혈액검사, 신장 초음파, 복부 CT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한다. 진단되면 안정을 취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약물치료 시 일반적인 항생제부터 사용하고, 배양 검사 결과에 따라 약물을 변경한다. 반복적인 신우신염은 결국 콩팥 손상을 초래한다. 대변을 닦을 땐 앞에서 뒤로 교정하며, 성관계 후 바로 소변을 보는 것도 일상에서 요로계의 대장균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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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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