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 속 여성 모습…신간 '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 나오다'
화순옹주홍문 |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정경부인 칠원 윤씨, 유인 청송 심씨…
조선시대 여성을 부르는 호칭은 대개 이런 식이다. 혼인 전 여성이 살았던 출신 지역과 혼인 후 남편의 직위에 따라 얻은 작호를 성 앞에 써서 지칭했다.
저마다 이름이 있었겠지만, 문헌에 남은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여성은 그 시절 이름 대신 누군가의 아내, 딸, 또는 어머니 같은 형식으로만 기록됐다. 아버지의 성, 남편의 관직에 의지해 족적을 남긴 그들은 '이름 없는' 여자들이었다.
고전 문학과 한국학 등을 연구해 온 연세대 국학연구원 최기숙 교수가 최근 낸 책 '이름 없는 여자들, 책갈피를 걸어 나오다'는 이처럼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진짜 여성을 추적해 간다.
저자는 고전문헌 약 3천 편을 분석하면서 통념에 반기를 든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여성상은 실재했던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시 여성의 삶은 더욱 풍부했고 사회적 실천, 역사에 대한 기여도 훨씬 넓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조선시대 모범적인 여성상을 '현모양처'(賢母良妻·어진 어머니이면서 착한 아내)로 규정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문헌을 살펴보면 일단 현모양처는 조선시대에 널리 쓰인 단어가 아니다.
당시 여성들은 남편의 진실한 친구이자 멘토였고 때로는 스승이었다.
아내가 남편에게 훈계하거나 조언한 사례도 적잖다.
책 표지 이미지 |
김삼의당(1769∼1823)이라는 여성이 남편 하욱(1769∼1830)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의 바른 문장 안에는 남편의 학문하는 태도에 관한 따끔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당신은 이제 스무 살이니 신체 건장한 때입니다. 힘내서 뜻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따뜻하게 입고 배불리 먹고 편히 지내면서 졸장부처럼 지내셔서 되겠습니까?"
저자는 사극 드라마나 영화 속 양반 여성의 이미지도 과장됐다고 본다.
좋은 집에 살면서 세상 물정을 모른 채 남편에게 순종하거나, 모든 일을 종에게 시키는 양반 여성은 지극히 소수였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오히려 그들의 생애 대부분은 다양한 노동으로 채워져 있었다는 것이다.
책은 당시 여성들의 식견 수준, 정절과 평판이 미친 영향력 등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여성의 존재감은 결코 규문(閨門·부녀자가 거처하는 곳)이나 문지방 안에 갇혀 있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조선시대 여성 이미지가 정형화된 이유에 관한 저자의 견해가 특히 눈길을 끈다.
"사람의 마음은 다 알 수 없는 법인데, 여성 사후에 글을 쓴 남자들은 이미 죽은 그 여자를 아주 잘 아는 것처럼 썼다. 바로 그 이유로 기록된 문서들은 그저 절반의 진실이다."
머메이드. 388쪽.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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