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해에서 북한군 총에 숨진 고(故) 이대준씨의 사망원인을 월북으로 조작한 혐의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해 쓴 표현이다. 용공 조작이란 주로 과거 군사 독재 시절 정부가 반정부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처벌하기 위해 만든 사건들을 일컫는 말이다. 검찰은 그런 일을 문재인 정부가 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1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김 전 해경청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서 검찰은 “불법적인 용공조작은 당사자 본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월북자의 가족’이라는 낙인을 남기게 되기 때문에 우리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하는 병폐”라고 성토했다. 검찰은 특히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불법수사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받은 사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도 계속하여 재심절차가 이루어지고, 억울하게 처벌받았던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용공조작에 따른 피해자의 고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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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월북 결정, 미리 정한 결론 졸속 발표”
'서해 피격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영장심사 출석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씨는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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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 전 청장이 증거 조작 및 은폐를 기도한 과정을 공소장에 상세히 기재했다. 검찰은 해경의 ‘용공 조작’이 이씨 사망 원인과 관련한 2020년 9월29일의 2차 월북 수사결과 발표와 같은해 10월22일의 3차 월북 수사결과 발표에 맞춰 집중됐다고 봤다.
해경은 월북 동기에 대해 “실종자(이대준씨)는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이라고 했는데, 검찰은 “이 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었다고 볼 객관적 근거가 전혀 없었음에도, 수사 결과 자진월북의 근거가 발견되지 않자 피해자 이 씨를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기 위해 허위를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또 ‘이씨가 스스로 구명조끼를 입었다’는 취지의 해경 발표 역시 허위라고 판단했다. 해경은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붉은색 계열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 씨가 타고 있던 선박 침실에서 B형의 구명조끼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보아 (이씨가) B형 구명조끼 착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지만, 선박에서 사라진 구명조끼가 없다는 사실을 해경은 알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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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증거조작 후 유족에겐 자료 숨겨”
故 이대준씨가 실종 직전 타고 있었던 무궁화 10호. 해경은 이 씨 사망 다음날인 2020년 9월23일 선박을 조사한 결과 구명조끼 개수에 대해 '이상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한달 후인 3차 결과발표에서 'B형 구명조끼 착용설'을 내놨다. 사진은 2020년 9월26일 연평도 앞바다에서 촬영된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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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애당초 해경의 더미(인형) 실험도 엉망이었다고 봤다. 해경은 인형을 바다에 던져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분석해 월북설을 뒷받침하려했다. 그러나 해경 내에서도 “실험일의 수온·조류·조석 등이 이씨의 사망 당시와 전혀 다르다”며 더미실험에 부정적인 보고가 올라왔는데도 김 전 청장은 이를 강행했다.
김 전 청장이 이 과정에서 자료 자체를 숨긴 정황도 있었다. 이씨 유족이 해경 초동수사 자료와 실종자 신고위치, 더미 표류실험 보고서, 표류실험시 사용한 4개 기관의 조류예측 분석서 등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하자, 자료가 있는데도 ‘자료 부존재’라고 답했다. 검찰은 “잘못된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밝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검찰은 이런 증거를 판단으로 “(해경의 수사는) 이씨를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민적 비난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정한 월북이라는 결론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했다”며 “월북으로 보기 어려운 내용을 의도적으로 반영하지 않은 허위”라고 결론내렸다.
검찰이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김 전 청장에 대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허위사실명예훼손·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청장은 내년 1월20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의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고 이대준씨가 월북했다고 증거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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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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