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1년 좌담회에서 발언하는 서지현 검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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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뒤 보복인사” 서지현 검사, 1억원 손배소 항소심도 패소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1부(부장 윤웅기·양은상·김양훈)는 16일 서 전 검사가 안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서 검사가 청구한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서 전 검사는 2010년 10월 동료 검사의 부친상 빈소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옆자리에 앉은 자신을 성추행했고,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당시 검찰국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을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발령낸 것이 부당 전보라고 주장했다. ‘차장검사가 없는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검사를 다음 인사에서 인사 희망대로 배려한다(부치지청 배치제도)’는 취지의 검사 인사원칙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강제추행을 했다고 인정했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3년이 훨씬 지난 2018년 11월에야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취지다. 또 인사상 불이익과 성추행은 별개의 문제라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부치지청 배치제도’가 있었다 해도, 이는 여러 인사기준이나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검사 전보인사에서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서 검사를 부치지청에서 또 다른 부치지청으로 전보시킨 것이 검사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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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미투 방아쇠…형사는 무죄 확정
자신의 인사문제와 성추행 피해를 엮은 서 검사의 ‘미투’ 폭로로 안 전 검사장은 인사조치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 역시 무죄 확정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뒤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검찰국장 등 검찰 내 핵심 요직을 모두 거친 ‘잘나가는 기획통’ 안 전 검사장은 이일로 재판 1·2심 모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2019년 1월 법정구속 됐다.
안태근 전 검사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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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인사권자는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있어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여러 사정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며 “검사 인사원칙은 참고 사항일 뿐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고 판시하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지난 2020년 1월 파기환송하고 구금됐던 안 전 검사장을 석방했다. 재판 과정에서 박균택 전 법무연수원장은 “한 사람의 인생이 억울하게 고통받는 모습을 묵과할 수 없기에 저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처신인 줄 알면서도 이 진술서를 제출한다”며 안 전 검사장 편에 섰다. ‘당시 서 검사가 통영지청 발령 예정이던 자신의 고교 후배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는 인사 민원을 해 이를 들어주는 대신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낸 것일 수 있다’는 취지가 남긴 진술서였다. 결국 안 전 검사장은 같은 해 10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수사와 재판의 전개과정과는 달리 서 전 검사의 폭로는 같은 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의 폭로 등 학계·문화계·스포츠계 등 성폭력 피해 폭로로 이어졌고 이는 ‘미투’라는 시민적 운동으로 확산됐다. 대법원이 하급심의 성범죄 무죄 판결을 “피해자들이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은연중에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와 인식을 토대로 평가를 내렸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2018년부터다.
이후 성폭력 사건에서 쉽게 피해자가 역공을 당하던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전 텔레그램 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법률대리인)는 “흔히 ‘피해자다움’으로 일컬어지는 특성으로 한정지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재판부가 피해자 각자의 개별적 특수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경향으로 변화됐다”며 “피해는 분명한데 피해 이후 시간이 꽤 흘렀거나 가해자와 교류가 유지된다는 이유로 고소 등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사법적 판단을 묻기가 더 수월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지난 14일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서울대 음대 A 교수 사건에서 피해자는 미투 운동을 고소를 결심한 계기로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편에서 “‘미투’로 폭발력을 얻은 젠더 이슈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프레임을 형성했다”는 원성이 터져 나온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업계에서 요즘 성범죄 재판은 ‘무죄 추정’이 아니라 ‘유죄 추정’이란 말이 있다”며 “가해 사실이 명백한 것도 아닌데 ‘성문제’라는 이유 만으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의 대상이 되고 쉽게 유죄가 선고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성인지 감수성’이란 법관이 심증을 형성할 때 피해자의 심리적 특수성을 감안해 진술의 신빙성을 살피라는 취지로 해석돼야 하는데 최근 판사들은 ‘피해자 말을 일단 믿으라’는 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며 “미투 운동을 사법부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쓴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박 전 시장 사건 때는 여성 정치인들이 ‘피해 호소인’을 주장하며 페미니즘의 본질을 훼손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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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전 검사는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원포인트 인사로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을 맡다가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에 파견돼 활동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원래 소속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복귀 통보를 받자 지난 5월 사직했다. 서 검사에 대한 복귀 통보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인 오지원 변호사 등 디지털성범죄TF 민간위원 22명 중 17명이 집단 사퇴하고 이 조직은 지난 8월 공식 폐지됐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오효정 기자 oh.hyo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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