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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전쟁 '한다'는 중국과 '안 난다'는 대만, 양안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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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러스트=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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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은 지난 20차 당 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가능성을 천명했다. 대만해협은 미᛫중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급격히 부상했다. 한중우호협회(회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는 지난 8일 코리아나 호텔에서 '시진핑 집권 3기, 대만해협의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중국전문가포럼을 개최했다. 외교부᛫중앙일보 중국연구소᛫성균중국연구소᛫차이나랩의 후원하에 첫 포문을 본 포럼은 2023년부터 분기별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첫 모임에서는 양안 전쟁 가능성, 반도체 공급망 전환 등 이슈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아래는 문흥호 한양대 교수의 발제문 요약과 주요 토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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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우호협회는 지난 8일 코리아나 호텔에서 '시진핑 집권 3기, 대만해협의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중국전문가포럼을 개최했다. [사공관숙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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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호 한양대 교수(발제)

대만 해협의 현재 상황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근래의 대만 문제는 미국의 대중국정책이 변했기 때문에 부각된 것이다. 즉 중국과 평화공존᛫현상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둘째, 중국은 현재 '대만 해방'이라는 과거로 회귀하는 듯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유지될 것이다. 시진핑 스타일의 새로운 일국양제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적대와 회유를 이용한 이중정책에 올인할 것이다. 셋째, 양안은 지금으로선 통일과 독립이 모두 불가능하다. 중국엔 통일할 능력과 이익이 제한적이고, 대만엔 미국과 국민이 원치 않는 독립은 쉽지 않다. 넷째, 대만해협 문제는 한반도와 깊게 연관돼 있다. 미국은 대만 카드로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북한 카드로 미국에 대응하는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에 따른 북᛫중 밀착도 불가피해 보인다. 대만 해협의 긴장이 한반도로 전이되는 위기 상황이다. 중국의 수를 정확히 읽고 대만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등 외교᛫안보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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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우호협회가 지난 8일 코리아나 호텔에서 개최한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중국전문가포럼에서 문흥호 한양대 교수가 '시진핑 집권 3기, 대만해협의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공관숙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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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전쟁 가능성을 둘러싼 중국과 대만의 뚜렷한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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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 · 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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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소장

최근 들어 차기 대만 총통선거와 미국 대선 중간인 2024년 1월과 11월 사이 대만 해협에 전쟁이 날 수도 있다며 구체적 시점까지 거론되고 있다. 문 교수께서 최근 대만에 다녀오셨다고 들었다. 대만 현지에서는 전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문흥호 한양대 교수

한국도 남북관계가 군사적으로 상당히 긴장된 상황에서도 전쟁 걱정은 잘 하지 않는다. 자기 희망적 낙관론일 수도 있겠지만 대만 학자들은 전쟁이나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대만은 최근 중국을 의식해 군 복무 기간 연장(4개월→1년)과 선거 연령 하향 조정(18세) 등을 추진했지만, 대만 청년들의 적극적인 호응은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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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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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록 서울대 교수

중국과 대만의 전쟁 위험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가설과 추측이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는 명확한 숫자가 있다. 1978년 개혁개방 후, 중국에 홍콩은 자본 흡인의 채널이었고, 대만은 기술 도입의 채널이었다. 대만에 들어온 기술은 상당 부분 일본 기업의 것인데, 이들은 대만을 통해 중국시장에 정교하게 접근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면 이러한 채널이 사라지게 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을 제 발로 차버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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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동 전 시안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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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동 전 시안 총영사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의 퇴조, 빈부 격차의 심화 등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과 미국 모두 국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중국은 국내 이슈가 우선이고, 수세적 입장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양안 전쟁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되면 신장, 티베트의 독립 문제도 터져 나올 수 있다. 무리한 전략을 펼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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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성균중국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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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성균중국연구소 실장

2024년 대만 해협에 새로운 위기가 올 것이란 예측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민진당 내부의 대만 독립 담론이 변하고 있어 상황을 동태적으로 봐야 한다. 민진당이 기존의 독립 노선을 고집하며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선 집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천수이볜 정부 당시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 추이런(邱義仁)이 최근 대만 독립은 대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민진당의 대선 후보인 라이칭더(賴清德)의 독립 담론을 조금씩 수정하면서, 안보 문제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끌려는 것이다. 지금 압도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시진핑 정권도 시간이 지나면 리스크에 봉착할 수 있다. 민진당의 목표는 중국의 레드라인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집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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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엽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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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엽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

대만과 관련된 중국 내 실제 분위기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불과 두어 달 전 중국을 다녀왔다. 한데 우리 생각과는 달리 중국의 20~40대 청년세대들은 양안 간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시진핑 3연임 이전부터 무력행사를 불사하더라도 대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현지에서 만난 이들에게서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중국에서 '대만 독립'은 절대 용인되지 않는 말이며, 중국 젊은이들은 이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국도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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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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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

최근 접한 케빈 러드(Kevin Rudd) 전 호주 총리의 책 피할 수 있는 전쟁(The Avoidable War)에서는 양안 간 전쟁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시나리오들을 제시했다. 러드 전 총리의 대안은 '관리되는 전략 경제'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큰 '중견국의 연대 외교' 등이었다. 최근 페니 웡(Penny Wong) 호주 외교부 장관도 미᛫중 양국이 각각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도 이런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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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호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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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호 한양대 교수

무력분쟁 또는 대립과 충돌 과정에서 국내적 요인은 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단순히 국내 요인 때문에 대만과의 무역을 완전히 포기하는 무력충돌을 감행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 대만의 천수이볜처럼 억지로 위기를 조성하는 등 욕심 많은 지도자가 나오면 위험할 수도 있다. 국민은 현명하지만 정작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정치 지도자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소신껏 한쪽으로 밀어붙이면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한국이 남북관계를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도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

미국의 반도체 리쇼어링, 한국과 대만의 고민과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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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영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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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영 동국대 교수

한국은 과거에 시장의 중요성 때문에 중국과 반도체 협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과 대만 모두 미국과 밀착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분야의 99%를 미국이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은 미국과 멀어지면 사실상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국 시장을 놓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대만도 어쩔 수 없이 미국에 투자를 하는 모양새다. 본국에서 생산기지를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로 옮기는 것은 사실 반도체 업체들에 상당히 불리한 결정이다. 대만 내에서는 TSMC의 투자나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에 대한 우려가 없나?

▶문흥호 한양대 교수

최근 대만 언론보도를 보니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관련 공공᛫민영 기업의 중국 대륙 방문 또는 대중(對中) 교류가 엄격하게 통제될 것이라고 한다. 대만 내부적인 정책일 수도 있지만, 미국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결정된 부분이라 생각한다.

▶정영록 서울대 교수

기술 수준 차원에서 보면 반도체 설계의 중심은 미국이 맞다. 하지만 문제는 설계 인력의 1/3이 중국계라는 점이다.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중국인들이 본국에 돌아와 원자폭탄 개발을 돕지 않았나. 세계질서가 신(新)냉전 쪽으로 기울어 군수용 반도체가 핵심이 되면 중국은 스파이를 통해 기술을 빼돌리거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국으로 회귀한 인재를 통해 자체적 개발 능력을 갖출 것이다. 전 세계 산업은 '비용 최소화(Cost Minimization)' 원칙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 리쇼어링을 통해 그 원칙을 깨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 코스트는 크게 올라가고 수요는 부족해질 것이다. 미국의 군수 산업이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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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승 한중우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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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승 한중우호협회 회장

TSMC는 기존 중국과의 반도체 무역을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의 압력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TSMC는 중국과 상당한 양의 반도체 무역을 해오지 않았나. 삼성이나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도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정영록 서울대 교수

대만과 중국의 반도체 협력 단절은 상식적으로 어렵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리쇼어링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 최근 일본에서 현재 밸류 체인 전환으로 인한 일본의 단기적 손실을 5조엔으로 예상한 분석이 나왔다. 일본은 이를 대단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주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제언이 나온다.

동남아를 생존공간 보는 민진당, 양안 문제에 아세안 빠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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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진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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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진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대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아세안(ASEAN) 관련 언급이 빠져서 아쉽다. 대만 문제를 한국᛫일본᛫미국᛫중국과 묶어 동북아 이슈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대만은 인구 6억 5000만 명의 세계 5대 경제권인 아세안과도 관계가 깊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되면 대만과 연결된 아세안 시장과 여러 잠재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동북아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만을 둘러싼 동남아의 분위기가 어떤지도 살펴야 한다.

▶장영희 성균중국연구소 실장

일본강점기 문헌을 보면 대만은 자신을 동북아와 동남아를 연결하고 동서남북으로 통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장제스(蔣介石)와 장징궈(蔣經國) 정부 시기 대만은 중국 정체성이 강했고 자신을 동북아 지역 국가로 인식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만의 본토 주의가 강화되고 민진당의 정체성이 대만 대중들 사이에서 강해졌다. 차이잉원(蔡英文)이나 천수이볜 등 민진당 정부의 '남향정책'은 대만의 생존공간이 동남아 지역에 있다고 보는 시각에서 나온 정책이다.

▶신정승 한중우호협회 회장

오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또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던 대만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오늘 40년간 천착한 대만 문제를 총정리해주신 최고의 양안 관계 전문가 문흥호 교수와 열띤 토론에 참여해주신 전문가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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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 성균중국연구소 · 차이나랩의 후원 하에 지난 8일 코리아나 호텔에서 처음 열린 한중우호협회의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중국전문가포럼'은 2023년부터 분기별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사공관숙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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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관숙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 sakong.kwans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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