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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물가와 GDP

“문제는 서비스물가” 미 인플레 둔화에도 안심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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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플레이션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때 7% 수준까지 거론되던 최종적인 기준금리 수준도 5%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Fed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Fed가 내년 2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움직임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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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당초 시장에선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내년에도 빅스텝(0.50% 인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비 7.1%, 전월비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5개월 연속 둔화세인 데다 전문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도 전년비 6.0%, 전월비 0.2% 오르면서 전월보다 둔화했다.

뉴욕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코스카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CPI 발표로) Fed 내 비둘기파들이 0.25%포인트 인상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만일 내년에 베이비스텝만 두 번 정도 밟는 선에서 긴축을 마무리한다면 최종 기준금리 수준은 5.00%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Fed가 속도 조절을 넘어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완전한 피벗(Pivot·정책전환)으로 돌아서는 시점은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이 Fed 목표치(2%)에 비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이고, 특히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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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CPI 지표를 살펴보면 근원 서비스 물가는 전월보다 0.4% 올랐다. 10월(0.5%)보다 상승 폭이 줄긴 했지만 오름세는 여전하다. 구체적으로 서비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임대료가 0.8% 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0.6%의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미국의 주택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에 있지만, 이 같은 내림세가 주거비 물가에 반영되기 위해선 약 12개월의 시차가 필요하다. 실제 주거비 둔화로 이어지는 시점은 이르면 내년 2분기로 예상된다.

주거비를 제외한 다른 근원 서비스 물가도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교육·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여가 서비스는 각각 전월 대비 1.0% 올랐고, 기타 개인 서비스도 0.8% 상승했다. 이들은 특히 임금 수준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미국 고용시장이 Fed의 기대와 달리 탄탄한 모습을 보여 당분간 오름세가 꺾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물가 상승 둔화세가 이어지더라도 Fed가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하다”며 “근원 물가 둔화가 더딘 상황에서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Fed가 최종금리 5.00%로 긴축을 마무리하더라도 내년 내에 인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 금리 수준을 상당 기간 유지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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