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불었던 ‘동학 개미’ 열풍이 식자 이번에 ‘채권 개미’가 떠오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9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장외 시장에서 매수한 채권은 19조7327억원 규모다. 지난해 전체 순매수액(4조5675억원)보다 4배 많다.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모은 후 최대 규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한국거래소를 통한 장내 순매수액(5574억원)까지 더하면 전체 채권 순매수액은 20조2901억원으로 20조원을 넘어선다. 같은 기간 개인들의 코스피 순매수액(ETF·ETN·ELW 등 증권상품 제외) 17조3664억원보다 많다. 개인들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지난해(65조9021억원)보다 73.6%가 줄었다. 신동준 KB증권 WM솔루션 총괄본부장은 “올해는 채권 대중화의 첫해로 볼 수 있을 만큼 투자 저변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2011년 개설된 네이버 채권투자 관련 카페 회원 수는 1만3000명으로 올해만 5000명이 늘었다. 해당 카페를 운영하는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우량한 회사채 등의 투자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낫다는 입소문이 나며 관심이 크게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증권이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채권 매수를 한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93%는 채권 매수 경험이 없던 신규 투자자였다.
개인의 채권 투자가 늘어난 건 각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불어난 결과다. 개인이 장외시장에서 많이 사들인 것도 회사채(7조6487억원), 여전채(5조5329억원) 등 높은 이자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이 많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등급 여전채 1년물 금리는 올 초 연 2.01%에서 이달 12일 연 5.754%까지 뛰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정기예금 금리는 이달 13일 기준 연 4.44~4.8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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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도 투자가 늘어난 이유다. 특히 2019~2021년 중 연 1~2%대의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인 이른바 ‘저쿠폰채’의 가격이 급락했다. 이자 수익은 낮지만,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향후 시장 금리가 내렸을 때 팔면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액면가 1만원짜리 채권을 9000원에 사들인 후 만기 때 액면가인 1만원을 상환받으면 1000원의 수익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채권은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은행 예금처럼 15.4%의 이자소득세를 떼지만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지 않아 고액자산가들에게 절세 수단으로 활용된다.
다만 채권 투자는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빼면 중도매매가 어려울 수 있다. 만기 전 매도할 경우 금리 변화에 따라 원금 손실을 볼 수도 있고, 기업의 부도와 같은 신용위험도 있다. NH투자증권 이재경 프리미어블루 대표는 “채권 가격 변동과 상관없이 만기까지 보유할 투자자라면 만기가 1~2년 남은 신용도가 우량한 금융지주사 계열의 여전채를 노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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