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가 16일간의 총파업을 마치고 복귀한 9일 오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를 재개한 화물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9일 총파업을 접었다.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16일 만이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운송 차질로 산업계에 미친 피해액은 4조원가량에 이른다.
이날 화물연대는 총파업 철회 여부를 두고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투표자 3575명 중 61.82%에 달하는 2211명이 파업 종료에 찬성했다. 반대표는 1343표(37.55%) 나왔으며, 무효표는 21표(0.58%)였다.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 수는 2만6144명으로, 투표자는 전체의 13.67%다.
투표율이 매우 저조했던 것은 이미 현업에 복귀한 인원이 많은 데다가, 조합원 투표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 "확실한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 때문에 투표율이 낮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끝내는 이유는 조합원들의 이탈 때문이다. 겨울철 생계 걱정이 커지자 비조합원 중심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다.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으로 파업 참여 인원의 30%가량이 현업에 복귀했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앙대책본부가 파악한 8일 집단운송거부 참가인원은 3300명으로 24일 파업 출정식 당시 참여인원인 9600명에 비해 34% 수준으로 떨어졌다.
낮은 투표율은 애초에 파업에 참여해왔던 조합원 수가 적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투표자 수와 파업 마지막 날 참여 조합원 수가 3000명대 중반으로 비슷하다.
파업 장기화로 조합원들의 사기가 꺾이고, '동투'의 다른 축이었던 서울교통공사와 전국철도노조가 조속히 교섭을 타결하면서 파업을 조기 종료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행위'라는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게다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일 정부안을 수용하면서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영구화 주장은 힘을 잃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당까지 정부와 여당이 제시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에 동의했는데, 노조가 불복하면 국민들 눈높이와 동떨어진 것으로 보일 수 있어 파업 동력은 더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현장으로 복귀하기는 하나 안전운임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 "총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으로 복귀하지만 안전운임제 지속과 확대를 위해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16일간 이어진 이번 총파업은 철회됐지만, 이로 인해 산업계가 입은 피해는 막심하다.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충남 당진과 경북 포항 등에 집중된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에서 입은 운송 출하 차질만 2조6000억원이 넘는다고 정부는 추산한다. 이를 포함해 시멘트, 정유, 완성차 업계 등 산업계 피해를 종합하면 약 3조5000억원에서 4조원에 이르는 운송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현대제철·GS칼텍스·LG화학 같은 철강·석유화학 분야 주요 기업은 재고를 쌓아둘 공간이 없어 이번 주말부터 당장 감산에 돌입할 뻔했으나 파업이 종료되며 한숨을 돌렸다.
산업계 손실을 추스르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업계는 8일 기준 평시 대비 63%까지 출하량을 끌어올렸다. 석유화학 업계는 더 심각하다. 8일 석유화학제품 출하량은 평시 대비 52%에 그쳤다. 내수용 제품은 83%가 출하된 반면 수출 물량은 30%만 회복됐다. 건설 현장도 상당 기간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 147개 건설사가 진행하는 전국 1626개 공사현장에서 52%인 864개는 공사가 멈췄다. 이 중 66개가 주말을 전후해 공사를 재개한다. 아예 멈춰서다시피 했던 광양항은 127%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전국 최대 항만인 부산항은 152%까지 올라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 철회 역시 또 다른 땜질에 불과하다. 안전운임제 지속을 둘러싼 불씨가 남았기 때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연장에 대해 무효라고 선언한 데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연말까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2025년 말에 또다시 홍역을 치러야 한다. 더군다나 안전운임 비용을 내는 화주(기업)들은 안전운임을 해마다 결정하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가 구조적으로 화물차주(화물연대)와 운송사에 편향된 문제를 호소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아예 묻힌 상태다. 안전운임위원회는 공익위원과 화주, 차주, 운송사 측 위원 수가 고르게 분배돼 있지만 운송사도 운임 인상의 이익을 공유해 차주와 같은 편이나 마찬가지다.
[권오균 기자 / 이종혁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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