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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청담동 스쿨존’ 사고에 강남구 뒤늦게 인도 설치 등 검토…‘사후약방문’ 비판 못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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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언북초 등 관내 12개교 스쿨존 ‘보행 안전 강화’ 용역 진행

세계일보

지난 8일 정오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 현장에 이곳이 스쿨존임을 알리는 표시가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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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가 언북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일대 도로 중 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 인도를 놓고, 일방통행으로 인근 차량 통행 방식을 지정하는 등 방안을 재추진한다.

9일 강남구에 따르면 구는 관내 초등학교 32곳 중 언북초를 포함해 보행로 문제가 지적되는 12개교를 대상으로 한 곳당 600만원씩 총 7200만원의 예산을 편성, 스쿨존 도로 보행 안전 강화를 위한 타당성 및 기본계획 용역을 진행한다.

구는 용역을 통해 일방통행 지정과 보도 신설, 통학 시간대 차량 통행금지 등 보행 안전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구는 9세 남학생이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가 난 언북초 주변 도로를 우선순위로 두고 관련 용역을 제일 먼저 수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4시57분쯤 언북초 후문 앞 도로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이 학교 3학년 A(9)군이 30대 남성 B씨(구속)가 몰던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 학교 후문은 5m 폭 가량의 사거리가 닿고 방향마다 인도가 있는 게 아니어서 오가는 차 옆으로 행인이 지나는 아찔한 상황이 발견된다. 지난 8일 세계일보의 취재 중에도 오가는 차를 피해 학교 담이나 건너편 건물 벽에 붙어 걷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3년 전인 2019년 서울시교육청과 도로교통공단 서울특별시지부의 ‘교통안전시설 점검’에서 이곳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점검 보고서는 “언북초 후문은 동서방면으로 차량이 많이 통행하고 급경사(서→동, 남→북)로 이뤄져 있어 보차사고가 높다”며, 후문 교차로 차량 감속을 위해 ‘고원식 교차로(높게 포장된 교차로)’나 ‘사괴석 포장(노면을 울퉁불퉁하게 돌로 포장하는 방법)’ 등으로의 변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시교육청 점검 결과에 따른 이듬해 구의 일방통행 적용을 위한 주민 설문조사에서 50명 중 48명이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각 방향 도로가 비좁은 만큼 보행자 안전을 위해 새로운 보도를 놓기에 앞서 일대를 일방통행으로 지정해 우선 공간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계일보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11월 도로교통공단 서울특별시지부와 합동으로 ‘서울시교육청 관할 교통안전시설 점검’을 실시하고 학교 인근에서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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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구는 용역 진행 후 주민 설문조사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심의를 거쳐 일방통행 적용과 보도 설치 공사 등을 재추진한다. 예정된 절차대로 일이 진행되면 내년 4분기쯤에는 일대가 일방통행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의 조치에도 스쿨존 사고를 예방할 기회가 그동안 최소 두 번 있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까지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19년 시교육청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안전시설 점검’ 외에 서울시도 지난 2월 ‘2022 서울시 어린이보호구역 종합관리대책’을 발표하면서, 언북초 등 총 7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언급했다.

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 폭이 좁아 보도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면도로를 대상으로 제한속도를 시속 20㎞까지 낮춘다’며 ‘디자인 포장으로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인지해 조심운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른바 ‘스쿨존532’시행을 예고했었다.

스쿨존 이면도로의 제한속도 규정을 시속 20㎞까지 낮추고, 차량이 속도를 낼 수 없게 요철 있는 블록과 색상 등이 있는 디자인 블록 포장 등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점검 보고서가 강조한 고원식 교차로나 사괴석 포장, 종합관리대책이 언급했던 ‘디자인 포장’ 등은 언북초 인근에 없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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