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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찰'부터 '이혼 종용'까지…진실화해위 "국가가 전교조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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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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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89년 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과 소속 교사 해직 과정에서 공권력이 중대하게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국가 차원의 공식 판단이 이뤄진 건 전교조 결성 33년 만에 처음입니다.

진실화해위는 오늘(9일) "국가는 사찰, 탈퇴 종용, 불법 감금, 해직 등 조합원을 전방위로 탄압했다"며 "이 과정에서 신청인 이부영 등 247명은 노동의 자유,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직업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교조 문제를 '체제 수호 차원'으로 인식하고 대처하라고 지시했으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주도하는 관계기관 대책 회의를 통해 전교조 참여 교사에 대한 관련 동향을 보고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전교조 관련 관계기관 대책 회의의 존재는 소문으로만 알려졌으나 안기부, 보안사, 치안본부 학원과장, 대검 공안과장, 문교부 차관 등이 배석했다는 문서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1989년 안기부의 총괄 기획 하에 문교부, 법무부, 보안사령부, 경찰 등 11개 국가 기관이 소속 교사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탄압 행위에 투입됐습니다.

문교부는 '교원 전담실'을 설치하고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문제 교사'를 특정해 해당 교사와 이들의 가족, 학부모까지도 사찰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안사는 전교조 주요 간부에 대한 대공 혐의점을 찾기 위해 가택을 침입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드기 공작철'이라는 문건에는 보안사가 1990년대까지 전교조 소속 교사를 대상으로 미행, 감시, 촬영, 가택 침입은 물론 절도까지 저지른 내용이 고스란히 포함됐습니다.

전교조가 행정·민사 소송이나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것에 대비해 당시 정부가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로비를 벌이기도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1990년 '문교부 회의 결과 보고' 문서에는 문교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소송 업무를 전담하고, 재판관 9명에 대한 집중 로비 활동을 전개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전국 구청·동사무소 직원까지 동원해 가입 교사의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선 경찰과 마을 동장이 나서서 전교조 소속 교사의 가족에게 이혼을 요구하거나 자살 소동을 벌이는 방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라고 주문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신청인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배·보상 등 적절하게 조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은 "이번 조사로 전교조 결성과 교사 해직 과정에서 있었던 정권 차원의 전방위적인 탄압 실상이 밝혀졌다"며 "위법하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사과와 피해 회복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교조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 결성 33년 만에 국가 차원의 진실 규명을 위한 첫발을 뗐다. 한결같이 싸운 해직 교사 선생님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교조는 "이제라도 정부는 진실화해위의 권고대로 결성 관련 해직 교사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배·보상 절차를 진행하라"며 "빠르면 빠를수록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 치유 역시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진실화해위의 권고 집행을 촉구하는 요구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김덕현 기자(d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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