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제안 거부해놓고 이제와 수용?"…'아무 일 없었다는듯 넘어갈 수 없다' 입장인 듯
윤석열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이동환 기자 = 대통령실은 9일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파업) 사태의 뇌관인 '화물차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방안에 대해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가 이날 오전부터 진행 중인 투표 결과에 따라 현장에 복귀하더라도 안전운임제 논의를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애초 '안전운임제 3년 일몰 연장'을 화물연대가 거부하지 않았으냐"며 "정부·여당이 했던 제안의 효력은 사라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물연대가 정부·여당의 당초 제안을 거부했었으니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어떤 것이 그들의 권리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주무장관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글을 통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은 무효가 됐다고 못 박았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일종의 최저임금 제도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 이달 31일 폐지될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22일 긴급 당정 협의에서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을 제안했지만, 화물연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안전운임제 영구화 및 적용 품목(컨테이너·시멘트) 확대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멈춰 서있는 화물차 |
정부·여당이 집단운송거부를 막고자 제안했던 방안이 거부되면서 지난 18일간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기존 제안이 유효할 수는 없다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조건 없는 복귀가 우선이며 이후 마련될 대화 테이블을 통해 관련 논의를 할 수는 있으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제안도 거절하며 파업부터 강행해 국민 경제에 수조 원대 손실을 입힌 것 아니냐"며 "일단 '머리띠부터 둘러매자'는 그릇된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기존에 예고했던 업무개시명령 거부자들에 대한 행정처분, 현장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도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오 넘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화물연대 투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주말부터 생산 차질이 가시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날 투표가 이번 사태의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시멘트, 2차 철강·석유화학 등 2차례 업무개시명령까지 동원한 정부 압박과 부정 여론으로 화물연대의 동력이 상당히 약화했다고 보면서도, 집단운송거부 종료를 예단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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