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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르포] 불황에도 늘어난 ‘기부’…‘중·꺾·마’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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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기부액 오히려 늘어

연말 용산역 광장 구세군, 시민들 발길

“불경기 힘들지만, 기부도 ‘중꺽마’”

사랑의열매 일주일 모금액 123% 늘어

헤럴드경제

9일 서울시 용산역광장에 마련된 구세군 자선냄비에 주광성(53)씨가 기부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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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매년 오는 단골손님, 또 오실까요.”

연말까지 불경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연말 모금을 시작한 기관들을 향한 기부의 손길은 오히려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광화문을 가득 매웠던 희망의 외침이,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9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 용산역 광장엔 이른 오후부터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자들의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던 시민들은 기부를 독려하는 목소리에 잠시 멈춰섰다. 이들은 주머니를 뒤적여 만원, 혹은 천원 지폐라도 찾아 마음을 전했다. 이날 자원봉사자 신모(68)씨가 2시간가량 머물면서 받은 기부만 30여건이다. 신씨는 “소액일지라도 조금씩 모여 세상의 삭막함을 덜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30년째 구세군 모금 자원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일주(63)씨에겐 ‘단골’도 있다. 매년 연말 용산역 광장을 찾아와, 현금을 넣은 봉투를 넣고 가는 노인이다.

매년 한 번씩만 보는 사이지만 이씨는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씨는 “키가 아주 크시고, 성치 않은 걸음으로 힘겹게 오시곤 한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 “비슷한 시기, 비슷한 시간에 매년 오셨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며 “올해도 꼭 얼굴을 본다면 좋겠다”고 했다.

도지영(29)씨는 길거리 음식을 사먹기 위해 인출해두었던 현금을 기부했다. 도씨는 “고물가에 소비를 꺼리게 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기부하는 마음’이 꺾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광장을 가로질러 늦은 출근을 하던 주광성(53)씨도 종소리를 듣곤 지갑에서 만원을 꺼냈다. 도씨는 “평소에도 참전용사 같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선물이나 성금을 전달하는 봉사를 해오고 있는데, 구세군 냄비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구세군 측은 불경기 상황과 무관한 온정의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구세군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모금액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름 없는 봉투에 큰 금액을 넣어 기부하는 분, 짧은 손 편지를 함께 남기는 분들 같이 따뜻한 마음들이 쌓이고 있다”고 했다.

연말을 맞아 62일간의 연말 모금은 시작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는 일주일만에 1065억원이 모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인 865억원보다 123%나 늘어난 수치다. 사랑의열매는 올해 목표액을 4040억원으로 잡고, 내달 31일까지 모금을 이어간다.

다만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아직 캠페인 9일차라 마냥 낙관할 수 없다”며 “어느 때보다도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만큼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사랑의열매 ‘희망 2023 나눔 캠페인’은 내달 31일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사랑의열매에 모인 모금액은 4279억원으로, 당초 목표액이었던 4045억원을 초과 달성하며 종료됐다. 이중 개인 기부금은 1126억원(28.7%)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사랑의열매는 모금액을 지역사회 안전 지원, 위기가정 긴급 지원, 사회적 돌봄 지원, 교육 및 자립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불경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목표액을 예년과 비슷하게 잡은 이유에 대해 사랑의열매는 “목표액은 올해 어떤 곳들에 도움이 필요한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많은 기부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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