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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교사 10명 중 3명, 교원평가로 성희롱·인격모독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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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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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종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원평가 서술식 문항에 교사에 대한 성희롱 발언을 적은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교사 10명 중 3명은 교원평가로 성희롱과 욕설 등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지난 7∼8일 교사 6507명(여 88%, 남 12%)을 대상으로 ’교원평가 자유 서술식 문항 피해사례 조사’를 진행한 결과 30.8%가 성희롱 등 직접 피해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동료 교사의 피해사례를 본 적 있다는 응답도 38.6%였다.

전교조는 “교사의 69.4%가 직·간접적인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3명이 직접 피해를 봤다는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교사들은 교원평가 자유 서술식 문항이 ‘합법적인 악플 달기’가 됐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를 경험한 이들 중 ‘그냥 참고 넘어갔다’는 답은 98.7%에 달했다.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경우는 1%에 불과했다. ‘익명 조사이기 때문에 문제 제기가 어렵다’, ‘인권위 제소, 경찰신고, 교육청에 알렸으나 의미 없다’는 답도 있었다.

교육부는 최근 교원평가가 성희롱·욕설 창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책으로 ‘필터링 강화’를 내세운 바 있다. 성희롱 발언이나 욕설 등을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터링 대책에 대해 응답자의 94.4%는 ‘효과 없다’고 답했다. 실제 최근 세종 고등학교 사례에서도 가해 학생은 성희롱 단어 사이에 숫자를 집어 넣는 식으로 필터링을 피했다. 단어 사이에 특수기호나 숫자 등을 넣을 경우 완벽히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응답자의 98.1%는 교원평가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목표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전문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고, 98.1%는 본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교원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전교조는 성희롱과 인격 모독성 발언이 포함된 서술식 답변을 캡처한 파일을 제보받은 결과 ‘묵과할 수 없는 범죄 수준의 답변’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교육부는 익명성을 보장해야 하므로 가해 학생을 찾아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며 "교사 성희롱과 인격모독의 합법적 공간으로 전락한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것이 본질적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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