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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란, 히잡 시위대 첫 사형 집행…국제사회 “끔찍한 폭력”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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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법부가 히잡 시위와 관련해 사형 선고를 받은 시위 참가자에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8일(현지 시각) AFP 통신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 통신은 “지난 9월 말 테헤란의 한 거리를 점거하고 흉기를 휘둘러 보안요원 중 한 명을 다치게 한 모센 셰카리(23)를 처형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히잡을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마흐사 아미니가 체포돼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잔 통신은 “셰카리는 보안군의 어깨를 칼로 찌르고 체포됐다. 사회 질서와 안보를 어지럽히려는 의도로 테러를 일으키고 무기를 사용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고 전했다. 또한 “이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신에 맞서 전쟁을 벌인 모하레베(이슬람을 부정한 죄)에 대해 지난달 1일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셰카리는 유죄 평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지난달 20일 대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센 셰카리의 사형 집행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인권 단체들은 즉각 비판 성명을 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의 메흐무드 아미리 모가담 이사는 “셰카리는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가짜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면서 “국제 사회는 이번 처형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매일 시위대의 처형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유죄 판결을 받은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사형 집행은 이란 사법 체계의 비인간성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란 당국이 “시위에 가담한 이들을 위협하기 위해 고안된 가짜 재판을 통해 최소 21명에 사형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이번 사형을 규탄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사형 소식에 분노를 표하며 “국제 사회는 이란 정권이 자국민에게 행한 끔찍한 폭력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신뢰하지 못할 약식 재판”이라며 “이란 정권의 인권 경시는 끝이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청소년 3명을 포함해 최소 28명이 사형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이란 보안군의 강경 진압 등으로 지금까지 최소 475명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었고, 1만8240명이 구금됐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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