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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이케 스타일…임자 만난 고어물 ‘커넥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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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시리즈 6부작 전체 공개

한겨레

<커넥트>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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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 4회에서 동수(정해인)는 장기밀매 조폭들을 피하기 위해 오래전 폐업한 극장에 숨는다. 좁은 계단 벽 플라스틱 판에는 상영작 제목이 작은 글씨로 휘갈겨 써져 있다. ‘<오디션>’. <커넥트> 감독 미이케 다카시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린 1999년 연출작이다.

첫 오티티 시리즈 연출, 한국 배우·스태프와 첫 협업 등 여러 의미에서 미이케 다카시의 첫 도전인 <커넥트>는 영화 <오디션>의 성공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 오리지널 시리즈로 아직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에 도약대가 될 수 있을까? <커넥트> 전체 6부작이 7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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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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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밀매단에 납치돼 안구를 잃고 죽을 위기에서 도망친 동수는 순간순간 안구가 없는 눈에서 알 수 없는 영상을 본다. 자신에게 보이는 장면이 연쇄살인범 진섭(고경표)의 시선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동수는 예고된 살인을 막고 진섭에게 이식된 자신의 안구를 찾기 위해 나선다. 이사이 그를 어린 시절 ‘괴물’로 혐오받게 했던 능력, ‘커넥트’라고 불리는 불사의 재생력을 지닌 특성을 알게 된 장기밀매단은 그를 다시 쫓고 경찰도 연쇄살인 용의자로 동수를 추적한다.

화면 구석 ‘오디션’이라는 ‘이스터에그’를 찾지 않았어도 미이케 다카시를 아는 시청자라면 <커넥트>를 보고 미이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도리어 이 드라마에 동명의 원작 웹툰이 따로 있다는 게 의아할 수 있다. 사지 절단, 절단 부위에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나오는 촉수, 그 촉수가 뒤엉키는 기괴한 사랑 표현 등이 한창때 미이케의 인장처럼 영화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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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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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와 라운드 인터뷰 등을 통해 기자들과 여러번 만난 미이케 다카시도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크로우즈 제로> <죠죠의 기묘한 모험> 등 실사화 작업을 많이 했지만 웹툰의 실사 연출은 처음으로, 미이케는 “원작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며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속도를 내면서 ‘나다운’ 작품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커넥트>는 데뷔 때부터 호오가 엇갈리는 연출자였던 미이케처럼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엇갈린 평가가 나올 만하다. 고어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정 붙이기 힘들고, 시지(CG·컴퓨터그래픽)를 활용해 촉수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속도감 있게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장면은 양극단의 반응을 일으킬 법하다. 미이케 스타일의 악취미나 B급 정서를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다. 주검이 발견되는 하천 장면에서 화면의 위아래가 갑자기 바뀌거나 목 잘린 인체가 움직이는 장면 등은 미이케의 감각적 연출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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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포스터. 디즈니플러스 제공


다만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속도감에 있어서는 5, 6부로 가도 감독이 말하는 속도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1회부터 6회까지 흥미가 끊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긴장감이나 이야기 구성 역시 조금 헐렁한 상태로 유지된다. 적당한 재미가 있지만 그 이상으로 시청자를 강하게 끄는 그 무언가가 없다는 점에서 <커넥트>는 지난달 마지막 편까지 공개된 <형사록>과 비슷한 뒷맛을 남긴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아시아 시장의 킬러 콘텐츠로 띄우고자 하는 시점에서 두 작품의 결과는 물음표를 내려놓기 힘들어 보인다. 디즈니플러스는 두 작품에 이어 이달 말 최민식, 손석구를 내세운 대작 <카지노>(강윤성 감독)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최근 언론에 공개된 1·2회 역시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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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감독 미이케 다카시. 디즈니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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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의 일부 대사가 입에 착 붙게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주인공 정해인의 좋은 연기력이 디테일의 공백을 메꾸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감독의 처음 의도와는 달리 다이어트에 실패하면서 통통한 사이코패스가 됐다는 고경표의 연기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지만 살인을 저지르고 난 뒤 씩 웃는 얼굴은 뻔하지 않은 생기가 느껴지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완성됐다. 결말은 시즌2를 향해 있는데, <형사록>이나 <카지노>와 달리 아직 제작은 확정되지 않았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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