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전기료 폭등 오나… 한전 채권 확대법 부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회사채 발행 6배 상향案… 與野, 합의해놓고 왜?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 합(合)의 2배’에서 최대 6배로 높이는 법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한전은 올해 영업 적자 규모가 3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등 심각한 경영난 상태다.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이었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대거 반대·기권표를 던졌고, 국정 운영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은 의원 절반 가까이가 표결에 불참했다. 한전과 전력업계에선 “국내 전력 산업이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왔다. 법안이 계속 표류하면 전기 요금이 크게 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높이는 한전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204명 중 찬성 90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 51명이 반대, 46명이 기권했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찬성했지만, 나머지 의원은 거의 반대·기권했다. 이재명 당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도 기권표를 던졌다. 정의당도 참석한 의원 5명 중 4명이 반대, 1명이 기권했다.

지난해 한전은 국내 상장사 중 사상 최대인 5조8601억원 영업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는 영업 적자 규모가 3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발전 회사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전력 구매 단가가 소비자에게 파는 전기 판매 단가보다 오른 탓에 ‘밑지고 파는’ 지경에 몰렸다. 이런 한전에 회사채 발행은 산소호흡기 같은 역할을 했다.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발전사에 대금을 지급하고, 이자를 갚고, 송배전망을 유지·보수하면서 지난 1년을 버텼는데 이제는 그 빚을 낼 통로까지 막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즉각 성명서를 내고 “여야 합의로 추진한 법안조차 부결시킨 민주당 행태를 규탄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한전이 지금과 같은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게 된 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게 자명하다”며 “민주당 반대로 한전이 이제 전력 구입비 결제를 제때 하지 못하게 되면 자칫 우리 전력 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대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 안팎에선 “국민의힘 의원 115명이 전원 참석해 찬성했으면 법안이 통과될 수도 있었다”며 “국민의힘이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 115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57명이 표결에 불참했다. 이들 중 25명만 더 참석해 찬성했으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빠른 시일 내 다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9일로 종료되기 때문에 임시국회가 소집돼도 법안은 다시 상임위 통과 절차부터 새로 밟아야 한다. 본회의에서 법안을 부결시킨 민주당의 입장도 알 수 없다. 국민의힘 산자위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빨리 하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 나거나, 전기료 폭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론도 아니었다”고 했다. 당론이 아니어서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맡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날 유일한 토론자로 나선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한전이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며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뛰는 연료비를 전기 요금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전기 요금을 정상화하는 근본적 대책 없이는 한전 적자 문제는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한전이 회사채를 발행할 게 아니라, 전기 요금을 높여 적자를 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사업 보고서 기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45조9000억원)의 두 배인 91조8000억원이다. 지난해까지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해 발행액(11조7000억원)을 더해 38조6000억원이지만 올 들어 자금줄이 마르자 한전은 매월 회사채 발행액을 확대했다. 그 결과 올 들어서만 회사채를 27조9000억원 발행하며 누적 발행액은 66조5000억원까지 불었다.

[조재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