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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카페 2030] 소통이 그리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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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 2층 당대표 회의실 앞은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기자들로 늘 북적댄다. 여야 당대표 회의실이 모두 여기에 있다. 국민은 오늘 가장 이슈가 되는 현안에 대해 당대표가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다. 기자들이 대변인의 정제된 공식 브리핑이 아닌 당대표의 백브리핑(비공식 질의응답)을 기다리는 이유다. 아무래도 요즘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말이 큰 관심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월·수·금 열리는 당 지도부 회의 이후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벌써 석 달째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기자들의 백브리핑에 거의 응한 적이 없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21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검을 공식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검찰이나 정권을 비판할 때는 적극적이지만 자신의 측근 비리나 사법 리스크를 묻는 기자 질문엔 “특검 이야기만 하겠다”며 잘랐다. 관례적으로 해온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도 생략했다. 취임 후 100일간 한 차례도 공식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은 민주당 대표는 이 대표뿐이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 민주당인데 윤석열 대통령에겐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도어 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을 61차례 만에 중단하자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주장한 소통과 개방, 통합의 용산 시대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긴급 간담회를 열어 “언론 자유의 주적은 윤석열 정권”이라고 성토했다.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불편한 질문, 아픈 질문은 건너뛰고 본인이 하고픈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거냐”고 했다. 불편한 질문엔 늘 묵묵부답인 당대표가 이끄는 정당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 물론 질문 안 받기로 한 대통령도 국민이 보기에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대통령실과 야당은 언론에는 문 닫은 채 서로 “네가 더 소통 안 한다”고 손가락질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소통의 기대를 걸었던 건 ‘불통’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나와 매일 출근길 기자 앞에 섰기 때문이었다. 많은 이들이 우려도 했지만 지난 5년간 청와대에 숨어 있던 대통령만 봐왔던 국민은 기대가 컸다. 대통령 스스로 매일 기자 앞에 서는 결심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식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임기 5년 동안 10번의 기자 간담회가 전부였다.

용산 대통령실이 새로운 방식의 소통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왔던 약식 기자회견에 대해 “기자들이 매일 국민을 대표해서 질문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설명한다. 누구보다 소통 의지가 강한 윤 대통령이 묘안을 찾기를 바란다. 대개 묘안은 정공법에 있다. 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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