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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한 아파트 주민인데… 半은 서울시민, 半은 의정부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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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 리버시티 1·2단지 “생활권·행정구역 달라 너무 불편”

조선일보

8일 경기도 의정부시와 서울시 노원구의 경계에 걸쳐 있는 수락 리버시티 아파트의 모습. 아파트 단지 내부를 흐르는 하천을 경계로 사진 왼쪽은 의정부시, 오른쪽은 서울시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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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경계에 걸쳐 있는 ‘수락 리버시티’ 아파트는 4개 단지(2397가구)로 이뤄져 있다. 지난 2009년 입주한 이 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민, 경기도민으로 나뉜다. 의정부시에 소속된 주민들은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달라 불편이 너무 크다”며 서울시 편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계속 답보 상태였다. 최근 주민들이 행정구역 조정을 요구하며 반발하는 등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는 수락 리버시티 단지 내부를 흐르는 작은 개천이다. 북쪽에 있는 1·2단지(1153가구)는 의정부시 장암동, 남쪽의 3·4단지(1244가구)는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이다. 1·2단지 주민들도 생활권은 서울이다. 서울 쪽은 시가지가 형성돼 연결돼 있는 반면 의정부 쪽은 개발제한구역이어서 논밭에다 별다른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전철 1호선 도봉산역과 약 500m,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주민센터와 1.1km, 도봉구청과는 약 2.5km 떨어져 있다.

그러나 1·2단지 주민들은 행정 민원 서류를 떼기 위해서는 약 5km 떨어진 의정부시 장암동 주민센터를, 약 12km 떨어진 의정부시청을 찾아가야 한다. 경찰서·소방서도 단지에 따라 관할이 다르다. 전화는 행정구역과 일치하지도 않는다. 1·2단지도 서울 지역번호(02)를 쓰기 때문에 응급 환자가 발생해 119 신고를 하면 서울로 연결됐다가 다시 의정부로 이관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특히 학교 배정을 두고 주민들 불만이 크다. 아파트 인근에는 노원구 관내 초·중·고교 3곳, 도봉구 관내 초·고교 2곳이 있다. 입주 당시 서울 관내 학교로 진학이 안 되자 1·2단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교육 당국은 2010년쯤 초등학생에 한정해 도봉구 도봉동의 누원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또 누원초를 졸업한 학생에 한해 서울 노원구 수락중학교 진학을 허용했다. 그런데 1·2단지로 새로 이사 온 중·고교생은 서울 지역 학교로 전학이 불가능하다.

수락 리버시티 2단지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 노원구 식당들은 ‘의정부시라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하고, 의정부 음식점은 ‘사실상 노원구라 거리가 멀다’며 배달을 거부한다”며 “한 마을이지만 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1·2단지는 아파트 가격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1·2단지 주민들은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일치를 요구해 왔다. 의정부시는 주민들 고충은 이해한다면서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의 행정구역 경계 조정 사례를 적용하면, 의정부시가 1·2단지를 서울로 넘기면 노원구에서 비슷한 규모의 토지·인구 등을 받는 식의 절충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의정부시 편입에 동의하는 노원구 주민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의정부시는 인구 유출에 따른 불이익도 우려하고 있다. 1·2단지의 주민 등록 인구는 지난 8월 기준 3178명이다. 현재 인구 약 47만명인 의정부시는 5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50만명을 넘으면 법적·행정적 권한이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또 1·2단지 주민들은 지방세 등 약 12억원의 세금을 매년 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행정구역 조정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노원구는 도봉 면허시험장을 의정부시 장암동 부근으로 이전하고, 기존 부지에 대형 개발 사업을 구상했다. 이 과정에서 1·2단지를 노원구에 편입하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논의됐다.

그러나 지난 7월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취임하면서 “장암동 일대는 의정부의 미래 발전에 꼭 필요한 땅인데 주민들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도봉 면허시험장 이전 백지화에 나섰다. 1·2단지 서울 편입 논의도 중단됐다.

이 때문에 1·2단지 주민들은 몇 달 전까지 “의정부시는 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반발하기도 했었다. 이에 김 시장은 지난 9월 1·2단지 주민들을 만나 “행정 사각지대를 최소한 줄이겠다”고 설득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1·2단지 전용 버스 노선 신설, 무인 민원 발급기, 1·2단지 진입 도로 설치 등 불편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해왔다”며 “수시로 서울 등과 협의를 하고 있으며 향후 발생할 민원들도 제때 개선할 수 있도록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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