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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웅장한 뮤지컬로 풀어낸 안중근의 삶…영화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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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뮤지컬 각색…윤제균 감독 "시청각의 종합선물 같은 영화"

연합뉴스

영화 '영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독립운동가 안중근의 삶이 웅장한 음악과 함께 스크린에 펼쳐진다.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각색한 영화 '영웅'은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충실히 따르며 익숙한 맛을 선사한다.

영화는 1909년 3월 러시아 연추 지역, 안중근(정성화 분)이 드넓게 펼쳐진 설원 위를 걷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매섭게 흩날리는 눈발을 헤치며 홀로 자작나무 숲을 걷는 그의 주변에는 어느새 조국의 독립을 함께 맹세한 동지들이 서 있다. 새하얀 눈 위를 흥건하게 적시는 검붉은 피, 손가락을 스스로 잘라내면서도 초점 하나 흔들리지 않는 독립운동가들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비장함은 120분의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을 감싼다.

1908년 함경북도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진공작전을 펼치던 안중근은 "사로잡힌 적병이라도 죽이는 법이 없으며 또 어떤 곳에서 사로잡혔다 해도 뒷날 돌려보내게 돼 있다"는 만국공법에 따라 일본군 포로를 석방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의병부대의 위치가 일본군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동지를 눈앞에서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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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왼손의 약지를 잘라내면서까지 일본제국의 조선 침략을 막겠다는 결의를 다진 그는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와의 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은 이토 히로부미(김승락)를 암살한다.

원작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단지동맹', 거사를 앞둔 독립운동가들이 거리에서 부르는 '그날을 기억하며', 재판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누가 죄인인가', 명성 황후의 복수를 다짐하는 설희의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등 재편곡된 뮤지컬 넘버 한 곡 한 곡이 개별적으로 하나의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부르는 '그날을 기억하며'는 영화 '레미제라블'(2012) 속 '인민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연상시키며 웅장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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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의 진정한 클라이맥스는 후반 10여 분이다.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나문희) 여사가 아들의 사형 선고를 들은 뒤 부르는 노래는 감동을 극대화한다. 나문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읊조리는 노래는 음정도 박자도 맞지 않지만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윤제균 감독은 8일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시장'이 아버지의 영화였다고 하면 이 영화는 어머니의 영화"라면서 "조마리아 여사가 독창하는 장면을 가장 신경 써서 촬영했다. 영화에서 단 한 장면을 꼽으라면 나문희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부르셨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꼽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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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성화는 "제목은 '영웅'이지만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히어로물 속 영웅처럼 표현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썼다. (안중근이라는) 인간 자체가 여러분께 느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 감독은 "'영웅'은 시청각의 종합선물 같은 영화"라며 "그동안 느꼈던 것과 전혀 다른 사운드의 향연을 극장에서 직접 경험하면 저희가 진심으로 찍은 이 영화에 대한 감정의 깊이를 좀 더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 대해 지속해서 제기돼왔던 지나친 애국주의에 대한 우려는 안중근의 이야기에 감화한 일본인 간수 치바를 통해 어느 정도 씻어낼 것으로 보인다. 윤제균 감독 특유의 신파성,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는 점 등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개봉. 120분. 12세 관람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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