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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반강제적 연서명 동원” 송파 부구청장, 왜 구청장에게 반기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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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지난 5일 서울 송파구청에서 열린 국민행복민원실 현판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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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출범 5개월 만에 서울 송파구 구청장과 부구청장이 ‘노동조합 간부 3인의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 연서명’과 관련해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다. 급기야 임동국 송파구 부구청장은 서강석 구청장을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서 구청장은 서울시 재무국장, 성동구 부구청장 등을 거쳐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임 부구청장은 전임 구청장 재임 당시인 지난 1월 임명됐다. 1996년 강동구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서울시 교통기획관, 은평구 부구청장 등을 지냈다. 퇴임 1년을 앞둔 임 부구청장은 왜 구청장에게 반기를 들었을까.

임 부구청장은 8일 <한겨레>와 만나 “노조 간부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에 동의하는 사람을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미리 작성한 입장문을 회람하면서) 상급자인 과장·국장에게 반대 뜻을 밝힌 직원만 제외하는 방식으로 연서명을 정리했다”며 “팀장들 중엔 노조 조합원도 많은데 인사권자들 눈치를 보며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이건 위계를 이용해 양심을 꺾고 공무원을 동원해 조직을 사유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지난달 말 서 구청장을 권익위에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등으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직무 권한 등을 통한 부당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송파구는 이날 반론 자료를 통해 “구민과 구정을 염려하는 팀장급 이상 간부들이 노조도 시위를 중단하고 창의와 혁신의 구정에 동참하라는 의사 표명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송파구 관계자는 연서명 방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만 제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은 맞다”면서도 “나도 연서명에 참여했지만 소신에 반해 강제적으로 동참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서명 추진이 구청장의 뜻인지’를 묻는 말에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서 구청장은 이날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제의 연서명은 지난 10월13일 송파구 내부 게시판엔 올라온 ‘송파구민과 송파공무원 괴롭히는 송파구청 사무직 노조 간부 3인은 즉각 사퇴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에 딸린 부구청장 이하 팀장급 이상 234명 연서명이다. 임 부구청장은 “내 동의 없이 내 연서명을 포함해 입장문을 올렸다”며 “전날 퇴근시간대에 행정안전국장이 입장문을 들고 와 보고하길래 ‘알아서 하라’고만 하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내 이름으로 입장문이 올라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무팀장, 총무과장, 행정안전국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내 연서명이 포함된 입장문 게시물을 내리라고 했다. 4일 뒤엔 구청장을 직접 만나 ‘내가 송파구 인사위원장인데 노조 간부 사퇴 요구 입장문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건 부적절하다.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 구청장은 지넌 7월 취임 무렵부터 노조와 부딪혀 왔다. 송파구는 그동안 단체협약을 통해 승진심사위원회에 노조 임원 2명 참여를 보장해왔는데, 서 구청장은 “공무원 노조법상 인사 관련 단체 교섭은 무효이며 노조 간부의 승진 심사 관여는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는 이유로 노조 참여를 배제했다. 반면 송파구 노조는 “다른 자치구들도 대부분 시행하고 있고 그동안 송파구청장이 바뀌는 과정에서도 유지해온 제도”라며 “구청장의 일방적인 단체 협약 파기”라고 주장하며 집회·시위에 나섰다.

이에 지난 7~8월 송파구 부구청장 이하 간부들은 ‘노조의 집회·시위 등 단체 행동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입장문 연서명에 4차례 참여했다. 각 입장문은 내부 게시판에 게시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임 부구청장은 “첫번째 입장문은 미리 작성된 초안에 대해 국장단 회의에서 ‘부당노동행위’ 소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법률 자문을 받아 수정해서 게시했다. 지나치게 강경한 문구 등은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 동의 없이 올린 마지막 입장문을 보고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참지 못하고 반대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임 부구청장은 지난 10월28일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노조의 공과를 떠나 간부 연서명 자체가 송파구 간부와 직원을 편가르기 하고 줄세우는 제 양심상 어긋나는 행위라고 생각하여 이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부구청장에 따르면 이 게시물은 게시한 지 약 15분 만에 누군가에 의해 삭제됐다. 송파구 관계자는 “권익위와 지방노동위원회 등이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지난 11월16일엔 누군가가 휴가 중인 임 부구청장 개인 도장을 임의로 사용했다. 서 구청장과 임 부구청장, 국장 6명, 팀장 1명 명의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임 부구청장 도장이 동의없이 사용된 것이다. 해당 답변서는 ‘송파구 노조의 (입장문 연서명 등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에 대한 답변서’다. 임 부구청장은 “게시물 삭제와 개인 도장 임의 사용은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송파구는 이날 반론자료를 통해 “해당 서류는 부구청장을 변론하는 내용이었고 제출 기일에 임박해 장기 휴가 중인 부구청장이 암묵적 동의를 했을 것으로 판단해 부득이하게 도장을 찍었다. 다음날 오전 부구청장의 동의 거부 의사를 바로 반영해 부구청장을 제외한 공문을 답변서로 다시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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