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준씨 발견 알고도 퇴근, 대통령에 피살 사실 늑장 보고"
영장심사 출석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서해 피격' 사건으로 구속된 서훈(68) 전 국가안보실장의 구속영장에 전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무진이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고(故) 이대준씨 피격 사망과 관련해 '보안 유지' 지침을 전달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안보라인 '윗선'에 이어 실무진 사이에서도 첩보 삭제를 모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는 국정원 첩보가 삭제된 구체적 경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서 전 실장 구속영장에 청와대 행정관이 국정원 과장급 직원에게 연락해 '이씨 피살 관련 첩보의 보안을 유지하라'는 취지의 지침을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서 전 실장이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 피격 사망 사실을 은폐하기로 하고 관계부처에 첩보 삭제를 지시한 뒤, 국가안보실 실무진에게도 따로 '보안 유지' 지침을 전달했고, 이 지침이 국정원에도 전파됐다는 것이다.
이 '보안 유지' 지침을 받은 국정원 직원도 당일 새벽 첩보를 무더기로 삭제했다는 게 검찰이 이 사건을 보는 구도인 셈이다.
또 회의록을 남기지 않을 목적으로 담당 비서관의 회의 참석도 막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2일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인 서 전 실장이 이씨 피격을 전후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집중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이 9월 22일 오후 5시께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오후 7시 30분께 퇴근했고, 피살 뒤인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 장관회의 논의 내용을 회의 뒤 6시간 가량 지난 오전 8시 30분에야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보고 하는 등 '부실·늑장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서훈 전 안보실장에 구속영장 청구한 검찰 |
아울러 서 전 실장이 서울에 있는 지인 아파트 열쇠를 갖고 있던 점 또한 '도주 우려'의 근거로 제시했다고 한다. 경기 용인에 사는 서 전 실장이 지인의 아파트를 도피처로 쓰려고 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서 전 실장 측은 2020년 9월22일 당시에는 북한군이 이씨를 구조하려는 정황이 감지돼 퇴근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 측이 '살아 있으면 건져주고 죽었으면 그냥 두라'며 구조 의사를 내비쳐 이런 첩보를 담은 문건을 문 전 대통령에게도 당일 보고했다는 게 서 전 실장 측의 반론이다.
서 전 실장 측은 서울에 있는 아파트 열쇠 또한 외국에 거주하는 지인이 서 전 실장의 편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서 전 실장 영장에 국정원 첩보가 삭제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향후 수사는 그 경위를 상세히 규명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다.
수사팀은 조만간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소환해 그가 첩보 삭제 경위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all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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