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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봉사의 힘, 임대아파트를 자부심 느끼는 ‘작은 마을’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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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행복둥지 공모전 SH 공동체 부문 대상 후보 중랑구 묵동 리본타워 아파트 봉사단 ‘위인스’

한겨레

중랑구 묵동 리본타워 아파트 주민 봉사단 ‘위인스’는 매년 정기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아파트 주민들이 올가을 ‘쿡앤톡 한마당’을 연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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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입주한 장기전세 임대아파트

2017년 살림살이 함께할 대표단 결성

주민들 ‘쿡앤톡 한마당’으로 소통 시작

‘담장 없는’ 특성 살려 지역민도 함께

아파트·마을 주변 청소도 솔선수범

일회용품 없는 ‘용기내 캠페인’ 진행

관리실 일 도우며 직원들과 ‘한 식구’

따뜻한 마을공동체의 꿈 끝나지 않아


우리 아파트, 아니 우리 마을에 사는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실래요? 이름하여 ‘리본 위인스’, 중랑구 묵동 리본타워 아파트를 ‘작은 마을’로 변신하게 한 당사자들이죠! 왜 이들을 위인들이라고 추켜세울 수밖에 없는지, 5년여에 걸쳐 나누고 채우고 도전해온 증거를 하나씩 풀어볼까 합니다.

회장, 부회장, 그리고 감사 세 사람의 대표로는 80여 가구 아파트를 다 이끌기 어렵겠지요. 그래서 저희는 공식 선출된 대표단 외에 누구든 아파트 살림살이를 같이 해나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탄생한 10명의 주민대표단이 바로 지금 위인스의 시작이었답니다. 지금의 대표단이 출발할 때 공지했던 인사말을 잠깐 읽어보면 더 이해가 잘될 겁니다.

“저희는 우리 아파트를 ‘80여 세대 대가족’이 함께 사는 ‘아주 넓은 집’이라 생각하고 우리 집을 더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나섰습니다. 그러니 대표라는 말보다 ‘당번’이나 ‘지킴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대표단 3명으로 부족한 ‘대가족 살림’을 위해 소장님과 관리실 직원분들도 한 식구처럼 손잡고 가겠습니다. 또 주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대표 봉사단’을 늘 열어두고 있으니 많이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한 걸음 앞에서 부지런히 리본타워를 가꾸고 지켜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가족 같은 마음으로 함께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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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지난여름 진행한 ‘영화엔 팝콘’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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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대가족이 모여 사는 리본타워의 이후 모습, 상상이 되나요? 다음은 위인스 봉사단이 이뤄낸 ‘마을의 꿈’이 현실로 탈바꿈하는 과정입니다. 리본타워에서만 볼 수 있는 개성 만점 주민 행사 이야기지요.

‘쿡앤톡 한마당’은 엄마들이 직접 만든 먹거리로 가득 찬 먹거리 마당(음식 나누기), 아이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나눔마당(바자회, 벼룩시장), 아빠들의 순발력과 에너지가 큰 힘이 되는 놀이마당(보물찾기, 신발 던지기, 제기차기)으로 구성된 리본타워의 대표 가을 주민 행사입니다. 2017년부터 매년 행사를 열고 있죠. 올해는 일회용품 제로 실천을 위해 ‘용기내’라는 캠페인을 진행해서 한층 의미를 더했습니다. ‘용기내'는 각자 집에서 그릇을 가져올 경우에만 먹거리 마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죠.

영화에는 팝콘이 빠질 수 없겠죠? ‘영화엔 팝콘’은 2020년부터 매년 여름에 진행하는 행사입니다. 여름밤 주민들이 직접 튀기는 팝콘도 맛보고 감동 영화도 함께 보는 행사로, 시원한 아파트 마당이 돗자리와 캠핑의자로 채워진 정겨운 마을영화관이 되는 시간입니다. 첫해에는 가정용 홈시어터로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다보니 음향이 잘 들리지 않아 2년차부터는 장비를 대여해 영화 상영을 한답니다.

벌써 3년째 이어지는 영화엔 팝콘은 영화보다 팝콘 기계 앞에 줄이 더 길 때도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이죠. 하지만 매년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최고의 주민 행사로 자리매김했지요. 더구나 올해는 쿡앤톡 한마당과 마찬가지로 ‘용기내’는 주민에게만 팝콘을 주기로 했더니, 제각기 다른 그릇을 들고 팝콘을 담아가는 진짜 시골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그려졌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팝콘을 각자 집에 가지고 가서 먹도록 했습니다.

‘작은 지구 우리가 지킨다’는 주민들과 마을 주변 공원이나 산책로를 함께 걸으면서 마을 청소(플로깅)를 하는 것이랍니다. 작년에는 ‘콧바람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했죠. ‘지구 지키기'를 실천하고 함께 점심을 나눠 먹으며 이웃 간에 정도 쌓고요. 우리가 사는 마을은 지구의 작은 한 부분입니다. 마을 공원을 생각하고 지키는 마음이 진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마을 환경 수호대라는 자부심을 채우는 주민활동입니다.

‘미완성 트리 만들기’는 아파트 화단의 나무에 각 세대의 장식품을 모아서 완성하는, 조촐하지만 공동체 의미를 담은 크리스마스 기념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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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들이 마을 청소를 하고 함께 점심을 먹는 ‘작은 지구 우리가 지킨다’ 활동을 끝내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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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유난히 고3 수험생이 많았는데 우리의 위인스가 그냥 넘길 사람들이 아니지요. ‘모두의 응원 이벤트’를 열어 주민들의 응원글을 수집하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 아파트 아이들에게 세상에 없는 응원 편지를 전달했습니다.

이 정도면 리본 위인스, 위인이라 불릴 만하지 않나요? 우리 리본타워의 가장 큰 장점은 담장 높이 폐쇄된 아파트가 아니라는 점이죠. 화랑대역으로 통하는 지름길인 덕분에 주변 모든 이웃을 다 만나게 되는 아파트죠. 이런 지리적 특징과 훈훈한 마을 인심이 어우러진 이곳을 누가 삭막한 아파트라고 할까요? 그러다보니 리본타워의 행사에는 늘 이웃 아파트와 빌라 아이들도 함께하는 전통이 생겼지요. 그중 ‘또복’이라는 애칭을 가진 건너편 빌라에 사는 꼬맹이와 누나는 참여자 명단에 당당히 자기 집 번호를 쓴답니다. 201호라고 말이죠.

이곳은 장기전세 아파트로 입주 당시 다자녀가구, 노부모부양가구, 장애인가구 등이 특별 입주 대상이었죠. 특히 다자녀가구가 많이 입주했습니다. 다양한 행사에 아이들이 참여하면서 서로 알게 되고 아이들을 통해 부모들도 서로 알게 됐죠. 평소 만날 때마다 인사를 주고받으며 안전한 아파트, 차가운 아파트가 아닌 따뜻한 마을공동체가 형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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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아이들이 쓰레기를 자루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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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위인스의 마을 실험은 현재까지는 대성공입니다. 그 바탕에는 대표단 출범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주민과 관리실의 융화도 빠질 수 없답니다. 아파트 입주 초기에 관리직원들이 힘들어 자주 바뀌었으나 봉사단이 만들어진 뒤에는 쓰레기 분리수거장 정리도 봉사단에서 나서 같이해 관리직원들의 짐을 덜어주었습니다. 입주민에게는 분리수거 규칙을 안내하고 설득하는 활동도 펼쳤습니다. 그러자 더는 관리직원이 바뀌지 않았죠. 이렇게 관리직원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입주민과 관리직원이 서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아파트가 집이 아닌 일터라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헤아리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 위인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올봄 아파트 화단에 꽃나무 심고 잡초 뽑는 일도 소장님과 직원분들에게만 미루지 않고 아이들까지 다 나와서 대대적으로 끝냈을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전세임대아파트이다 보니 다른 아파트를 분양받고 떠나게 되는 주민들조차 하나같이 ‘따뜻한 리본타워에서 너무 행복해서 떠나는 게 너무 아쉽다’고 하십니다. 또 새로 이사 온 분들은 ‘이렇게 즐거운 주민 행사가 많은 아파트에 오게 돼서 너무 좋다’고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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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위인스는 우리가 사는 집을 위해, 그리고 리본타워라는 작은 마을을 위해, 계속 더 많이 상상하고 도전해가려고 합니다. 아직은 80여 가구 전체가 위인스와 동행한다고 할 수 없지만 분명히 5년 전보다는 더 따뜻하고 넉넉한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시골 마을처럼 정겹게 아파트 마당에서 딱지치기하는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이내 반갑게 눈 마주치며 “4층 아저씨” 하면서 인사하는 모습에서, 우리 위인스의 실험과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위인들이 사는 아파트, 리본타워가 꿈꾸는 ‘작은 마을’의 꿈은 ‘네버엔딩 스토리’입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위인스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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