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취재진이 1일(현지시간) 방문한 예루살렘 내부 예수의 무덤에 차려진 제단. 제단은 예루살렘 구도심(올드 시티) 내부의 예수무덤교회(성묘교회) 안쪽의 좁은 묘소에 마련돼 있다. 좁은 문을 통해서 묘소로 들어가면 서너 사람이 서면 꽉 차는 어둡고 좁은 공간이 나온다. 새에덴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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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순례자들과 관광객 등이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예수무덤교회(성묘교회)에서 예수의 무덤(왼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긴 줄을 서 있다. 입장까지는 길게는 1시간 이상 걸리지만 내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수십 초 정도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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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의 마지막 장소인 예수무덤교회(성묘교회). 예수의 옷을 벗긴 곳, 예수가 못 박힌 곳 등 십자가의 길 순례 장소 중 4곳이 이 교회 안에 있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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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은 기독교인들에게 성지 순례의 꽃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잡혀 있던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터부터 죽음 이후 사흘 만에 부활해 승천한 자리에 세워졌다는 교회까지 도시 곳곳에 성지가 가득하다. 특히 예수 시대 때의 구획을 유지해온 구도심 '올드 시티'에 자리 잡은 '십자가의 길'은 2000년 전 예수 수난의 의미를 품고 있어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팬데믹이 주춤해지면서 예루살렘 곳곳은 다시 순례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올해 한국 이스라엘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 기자단이 예루살렘의 올드 시티를 방문한 지난 1일. 십자가를 지고 노래를 부르면서 예수가 걸었던 고난의 길을 되밟는 여러 순례 일행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올드 시티는 로마군이 무너뜨렸다가 오스만튀르크가 16세기에 재건한 예루살렘 성 안쪽 지역으로 기독교인에게는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슬픔의 길)'가 핵심 성지다. 순례는 로마 총독이었던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장소에서 시작해 예수가 가시면류관을 쓰고 채찍을 맞았던 곳, 처음 쓰러진 곳, 어머니 마리아를 만났던 곳 등 14곳을 지난다. 십자가의 길은 여러 경로가 존재하다가 1540년경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에 의해서 확정됐다. 성지의 고고학적 고증 여부와 별개로 순례객에게 성지는 2000년 넘게 이어져온 믿음의 증거다. 순례자들은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예수의 고난을 묵상한다. 묵상은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몰두하는 일종의 ‘생각으로 드리는 기도’다. 예수의 뜻을 알고 따르려는 열망과 의지, 결심이 포함된 지적 활동이기도 하다.
순례객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 시티(구도심)에서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의 길을 돌고 있다. 올드 시티에서는 이처럼 순례객들이 단체로 십자가를 지고 찬양하며 골목을 누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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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순례객들이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의 길 중 첫 번째 장소를 출발하고 있다. 성지순례 전문가 이강근 박사에 따르면 순례객들은 십자가를 현지에서 대여한다. 순례객들이 출발하려는 순간에 십자가 대여비를 덜 받았다면서 관계자들이 진로를 막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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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강 양쪽에서 국경을 열어서 개방한 요단강 세례터에서 순례자들이 세례를 받고 있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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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무덤교회 내부에 있는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가 세워졌다는 장소에 마련된 제단(골고다 언덕).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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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가 세워진 장소를 잠시 보기 위해서 순례자들은 10, 20분씩 줄을 서서 기다린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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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수난의 길이 끝나는 곳은 ‘예수무덤교회(성묘교회)’다. 콘스탄티누스 1세 로마 황제가 4세기 초반에 세운 것으로 알려진 이 교회에는 골고다 언덕과 예수의 무덤을 품고 있다. 로마 병사들이 예수에게 입힌 홍포(紅布)를 벗겨(제10지점) 십자가에 못 박고(11지점), 세운 곳(12지점), 이를 지켜보던 마리아의 슬픈 모습을 형상화한 흉상(13지점)과 예수가 사흘간 묻혔다는 무덤(14지점)이 모두 이 교회 안에 자리하고 있다.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자리에 세워졌다는 제단과 예수를 안장했다는 무덤 앞에는 순례자들이 줄을 이었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주춤한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밀려드는 성지 순례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예루살렘 인근의 베들레헴에서 만난 한 순례객은 힌두교 국가로 이름난 인도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여리고 인근 요단강의 세례터에서는 유럽에서 온 정교회 신자들이 흰옷을 입고 사제로부터 세례를 받기도 했다.
현지에서 만난 이스라엘 관광부의 피니 샤니 수석 차관보는 “코로나 사태에 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이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서도 "지금 보다시피 거리에 순례객이 다시 많아졌고 버스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기준 연간 순례객은 210만 명 정도로 코로나 이전보다 15% 정도 줄어든 상태다. 샤니 차관보는 “이스라엘은 유대인 국가이지만 기독교인들을 차별하지 않고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에서 만난 이스라엘 관광부의 피니 샤니(오른쪽) 수석 차관보는 코로나 사태에 이어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이어지면서 (관광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서도 현재는 순례객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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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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