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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전기차 갈등' 머리 맞댄 EU…"한·일과 협력해야"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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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가운데) 미 상무장관,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부집행위원장이 5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무역기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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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이 전기차 차별 등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갈등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미국이 구체적인 양보 방안을 내놓는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 앞서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IRA로 인한 분쟁을 조정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과 EU는 메릴랜드주 메릴랜드대에서 열린 3차 무역기술위원회(TTC)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IRA에 대한 미국·EU 간 태스크포스(TF) 작업을 검토하고, 초기적인(preliminary) 진전이 있었다"며 "양측은 EU의 우려를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TTC는 양측의 무역·투자를 촉진하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창구이지만, 이날 회의는 미국의 외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가 주를 이뤘다. 회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부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기차·상용차 세액공제, 핵심광물 문제, 공급망 등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유럽으로부터 IRA의 특정 측면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며 "곧바로 EU와 TF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오늘 그에 대한 논의를 더했고 모멘텀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시작할 때보단 긍정적으로 회의를 마쳤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IRA가 다음 달 시행될 예정"이라며 "올해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룸버그는 양측이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미국의 양보 방안은 없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EU 관리들은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 유사한 예외 조항을 유럽 국가에 적용하도록 촉구 중이다. 하지만 IRA가 이미 미 의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미국이 유럽을 달래기 위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윌리엄 라인쉬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가장 가능성 있는 양보책은 미 재무부가 유럽 차량의 보조금 차별에 대한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법적인 문제 등에 봉착할 수 있으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사한 것처럼 유연성이 없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회의가 갈등 해소보단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를 인용해 미 행정부가 의회에 IRA 조항 개정을 요구할지도 비관적이라고 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입법 변경 권한이 부족해 "행정적으로 이행을 처리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연구원은 "타이 USTR 대표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우려한다면 EU가 자체 보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더 나은 길은 미국과 EU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의 틀에서 한국·일본과 협력하는 것일 것"이라고 했다.

유럽은 미국의 '아메리칸 퍼스트'에 맞서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Act)'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IRA에 필적하는 보조금을 유럽산 전기차에 지급하자는 게 골자다. 앞서 4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경쟁은 좋은 것이지만 공정한 경쟁의 장이 돼야 한다"며 "경쟁자들의 새로운 산업 정책은 우리에게 구조적 대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보호무역주의를 부추길 수 있으며, 또 유럽 내에서 이견이 나올 수 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4일 "그것이 기존 틀 안에서 리브랜딩이라면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유럽의 새로운 채권 발행을 의미한다면 "우리의 경쟁력이나 안정성 향상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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