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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뒷통수 치는 北 믿고 따르는 전직 대통령, 정치인들이 문제다” [송의달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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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대통령學’ 전문가, 김충남 박사 인터뷰

“남북 협력을 최상위 목표 삼은 대통령들 한국 안보 약화시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가장 많이 기여하고도 저평가돼”

“지금 한국은 6.25 전쟁 이래 70여년 만에 최악의 안보 위기 상태인데도, 우리 사회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舊韓末)처럼 집안 싸움에 빠져있다. 우리의 뒷통수를 수 차례 친 북한의 선의(善意)만 믿고 따르는 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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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와대 비서관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대통령 3명을 보좌한 김충남 박사는 영문저서 8권을 포함해 지금까지 30여권의 저서를 냈다./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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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관으로서 9년 6개월동안 세 명의 대통령을 보좌하고 30년 넘게 ‘대통령학(學)’을 연구하고 있는 김충남(金忠男·81) 박사가 한 말이다. 그는 올해 10월 <대통령의 안보리더십>이란 저서를 냈다. 이 책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안보 정책과 리더십을 평가·분석하고 교훈점을 도출해낸 역저(力著)로 평가된다.

◇청와대에서 9년 반 동안 대통령 3명 보좌

경북 영양군(英陽郡)에서 태어난 김 박사는 안동고와 육군사관학교(21기)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1984년 초부터 1986년까지 사정(司正)비서관으로, 86년부터 1990년까지는 정무비서관으로 모두 청와대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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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박사가 2022년 10월 출간한 저서 <대통령의 안보리더십>. 한 달 만에 2쇄를 찍었다.


미국 험프리연구소에서 대통령 제도를 연구해 1992년 낸 <성공한 대통령, 실패한 대통령>이 인연이 돼, 김 박사는 김영삼 정부 청와대 공보비서관으로 다시 발탁돼 96년까지 대통령 연설문 작성을 맡았다. 이후 미국 하와이 동서문화센터(East-West Center)에서 10여년간 대통령 리더십을 연구했고 세종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으로 있다. 기자는 이달 2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 본사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 어떤 점에서 지금이 최악의 안보위기인가?

“북한은 올해 들어만 60여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 올 4월 ‘대남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김정은은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비핵화(非核化)를 위한 어떤 협상도,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 핵전쟁은 물론 비핵전쟁 상황에서도 언제든지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법제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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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2년 10월 초 만든 '핵무력 법제화' 기념우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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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 조만간 핵탄두 감축 협상 벌일 가능성”

- ‘핵무력 법제화’ 선언은 얼마나 위협적인가?

“김정은의 말은 상대의 공격 징후는 물론 전쟁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작전상 필요시에도 언제든 핵을 사용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방어적 자위권 발동 차원을 완전히 뛰어넘는 폭탄 선언이다.”

- 혹시 대내외 선전용이나 ‘엄포’ 아닐까?

“그렇게 보다간 큰 일 난다.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은 북한 정권 수립일인 1948년 9월 9일 ‘국토 완정(國土完整)’을 선언했다. ‘국토 완정’이란 이승만 정부를 전복하거나 남침을 통해 한반도를 공산화하겠다는 뜻이다. 그의 말대로 1949년 여름 남한지역 8개 도(道) 중 5개도가 빨치산 출몰과 남로당 세력의 소요로 시달렸다. 1950년 신년사에서 국토완정을 강조한 김일성은 6월 25일 남침을 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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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중에도 남한내 빨치산들은 대한민국 전복 활동을 벌였다. 1952년 1월 14일 토벌작전에서 생포된 빨치산들이 전라북도 전주형무소로 이송되고 있다./조선일보DB


-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핵 무기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을까?

“미국이 전략자산 등으로 수 십배 반격보복할 것이므로 북한이 당장 핵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조금만 균열되면, 북한은 핵무기로 한국을 위협하거나 공격해 1950년에 실패한 적화통일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재래식 도발을 하며 핵무기로 겁박하는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 확대를 원치 않는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고 북한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 북한이 핵을 한미(韓美) 관계 이간질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하고 보유한 핵 탄두가 100개가 넘으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이 경우 미국은 북한과 핵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의 ICBM 역량 억지와 핵탄두 감축을 조건으로 대북(對北) 경제 제재를 풀고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및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안보는 상상하기 힘든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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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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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관계 끊어지면 北의 노예국가 될 것”

기자가 북한의 ‘핵 실력’을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북한은 이미 100기 가까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미국까지 날려 보낼 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실험하고 있다. 세계의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6.25전쟁 이래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하며 세계의 화약고(火藥庫)라고 부른다. 30대 후반의 김정은은 예측불가능하고 모험적인 인물로서 언제 어떤 불장난을 벌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한층 위험하다.”

김 박사는 “우리가 핵을 가진 북한을 억지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의 핵 우산 뿐인데, 한미 관계가 끊어지거나 약화된다면, 한국은 북한의 인질(人質)이 되어 노예 국가가 되거나 북한이 원하는대로 돈을 대주고 북한 뜻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 김영삼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나섰는데 왜 이렇게 됐나?

“우리의 성공이 우리를 ‘안보 장님’으로 만들었다. 지난 30년간 경제적 성공에 도취된 우리가 북한을 오판하고 우습게 본 결과이다. 북한은 3대에 걸쳐 모든 것을 핵개발에 걸고 매달렸는데,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족 공조니 평화니 하며 갈팡질팡했다. 그동안 북한에는 핵무기가 차곡차곡 쌓였다.”

- 그런데도 제1야당 대표는 대북 억지를 위한 한·미·일 군사 훈련을 ‘친일(親日) 국방’이라고 비판한다. 왜 이런 ‘안보 불감증’이 만연해 있나?

“우리 사회에 북한을 적(敵)이 아니라 형제처럼 여기며 북한과의 협력을 우선시하며 북한의 주장을 따르는 종북(從北)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두 번째는 냉전이 끝났고 우리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승했다고 착각하는 국민들이 많아서다.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이 됨으로써 우리의 북한에 대한 체제 우위는 무색해졌다.”

◇“北의 유일한 생존법은 한국을 복속시키는 것

- 북한이 지금도 한국을 침공하려 하나?

“북한 헌법보다 상위 규범인 노동당 규약을 보면 남한은 여전히 ‘미국의 식민지’이며 북한의 최종 목적은 공산주의 사회 건설(적화통일)이라고 적시돼 있다. 북한의 가장 큰 적(敵)은 미국,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다. 한국이 잘 살수록 북한의 설 자리와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북한의 유일한 생존법은 한국을 파멸 또는 복속시켜 북한의 조공국, 인질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어서 말했다.

“북한이 적대국인 일본에 미사일을 쏘더라도 동족(同族)인 우리 한테는 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엄청난 환상이자, 착각이다. 북한이 생각하는 전쟁터는 남쪽의 한국이다. 한국 국민들은 지금 최악의 ‘안보 우범(虞犯) 지대’에 살고 있다. 국가안보를 남의 일처럼 여기는 행태는 매우 위험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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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2022년 5월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열린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여식에서 군 장성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 전동진 육군지상작전사령관,안병석 연합사 부사령관, 신희현 육군 2작전사령관/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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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핵 대결 시대’ 진입 직시해야”

-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안보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나?

“많은 중요 현안이 있지만 윤 대통령은 모든 업무 가운데 50% 정도의 관심과 시간을 안보문제에 할애해야 한다. 국민과 국가의 생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나? 국가안보와 핵 대응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삼고 전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軍) 원로들은 물론 국내외 전문가들 의견을 경청하고 대(對)국민 호소를 통해 국민여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 구체적인 방법이라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래 16년이 지나면서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 된 후에도 예전 그대로인 우리의 안보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한반도가 ‘핵 대결 시대’에 진입했음을 직시하고, 안보전략과 전쟁대비 태세, 군사훈련을 전면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김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고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 우리의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남북한 핵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특단의 결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군은 그 필요성을 국민에게 적극 설득해야 한다. 만약의 핵 공격에 대비해 주요 시설의 지하화와 방폭(防爆) 시설, 공기정화시설, 전자기펄스(EMP) 방호시설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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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 대통령실 모습/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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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에 핵 미사일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

“용산에 핵폭탄이 떨어져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한만큼 면밀한 대책을 세우고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마다 ‘설마’ 하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타협할 것도, 주저할 수도 없는 3무(無) 상황’임을 처절하게 인식해야 한다.”

- 주한미군을 의지해서인지, 한국에선 국가안보가 최우선 순위가 아닌 느낌이 든다.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 사례를 보라. 미국은 자국(自國)을 스스로 지키려는 강한 의지와 실천이 없는 나라를 가차없이 버리고 철수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내가 재선되면 한미 동맹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지 않나.”

- 2년 후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이 한국 방위 공약을 약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미국은 선거 결과와 여론 향방(向方)에 따라 정책을 바꾸는 나라이다. 전 세계에 관여하는 미국으로서는 한국 방위 공약의 강도(强度)를 언제든 달리할 수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피즘을 계승하지 않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도, 북한과 핵무기 감축 협상을 벌일 가능성은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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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미국 대선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여론조사 인기 1위인 론 드샌티스(사진 가운데) 플로리다 주지사.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주지사 재선에 성공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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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언제든 떠나...우리도 핵 옵션 가져야”

-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능한 대안이 있나?

“핵무기를 당장 개발·완성하지는 않더라도 핵무기 개발 준비를 상당부분 진척시켜 ‘핵 옵션(option)’을 가져야 한다. 핵무기를 언제든 가질 수 있는 상태로까지 발전해 있어야 유사시 대응은 물론 우리가 미국, 북한과의 협상시 카드이자 지렛대로 쓸 수 있다.”

김 박사는 이어서 말했다.

“세계에서 지금 핵무기 개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나라는 북한 뿐이다. 미국이 결정적 순간에 핵우산 펴기를 주저한다면 어떤 상황이 올 것인가? 대통령의 안보정책은 국민의 이해와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국민을 일깨우는 언론과 지식인,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민과 지식인들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나?

“우리나라 안보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생각이 절대 필수조건이다. 대한민국 안보는 우리의 책임이지, 미국의 책임이 아니다. 조선왕조가 500년 동안 명(明)나라, 청(淸)나라에 안보를 의존하면서 문약(文弱)에 빠졌다가, 중국의 국력 약화로 더 이상 기댈 수 없게 되자 국권(國權)을 잃고 식민지로 전락한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

-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등 우파 대통령의 안보 정책에서 배울 교훈이라면?

“김영삼 대통령은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뀌는 안보리더십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세워 대응하려 했으나 시진핑, 김정일과의 개인적 친분에 의존하다가 두 사람 모두에게 기만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서도 실용주의를 추구했는지 모르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났을 당시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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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맨 왼쪽) 당시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중국 북경 천안문 성루에서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당시 열병식에 참석했다./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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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 리더십과 관련해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점이라면?

“더이상 북한의 의도와 전략을 경시하거나 오판해서는 안 된다. 전임자들의 시행착오를 면밀하게 반성하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통일에 대한 환상(幻想)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통일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확고한 자기인식을 가져야 한다.”

◇“한국, 北과 가깝다간 北처럼 자유·인권 소멸돼”

- 국내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북한과 잘 지내 북한처럼 되도 괜찮지 않나’는 시각이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국민들도 전체주의 독재 사회에 살게 되는데 과연 좋은 건가? 세계 시민들은 마스크 쓰지 않고 자유롭게 월드컵 축구경기를 관전하는데, 철저하게 통제당하는 중국인들 같은 꼴이다. 민주화가 탄압봉쇄된 홍콩이나 인권 자체가 없는 신장위구르지역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상이 된다. 한국의 북한화는 곧 자유와 인권, 선택의 말살(抹殺)을 뜻한다.”

- 저서에서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국가 안보에 마이너스를 초래한 이로 평가했는데.

“두 분은 국가정체성이 불분명해 북한을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것은 깽판 쳐도 남북관계만 잘 되면 된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비슷했다. 또 북한 핵 개발이 심화하는데도 대북 정책의 수정 없이 햇볕정책을 계속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며 미·북회담 주선까지 했다. 두 사람 모두 남북간 협력을 최상위 목표에 둠으로써 한미 동맹과 양국 안보 공조(共助) 약화를 초래했다.”

그는 “안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안보는 유사시(有事時) 국민총력전을 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대통령의 안보리더십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어떤 안보리더십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안보가 좌우된다. 대통령의 안보리더십은 국민들의 안보의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통일과 평화를 외칠수록, 평화와 통일은 더 멀어졌다. 북한에 대응하는 근본 전략 없이 대통령이 5년 마다 정책을 바꾸고, 학자와 언론도 진영 논리로 현실을 왜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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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의 징비록 원본 일부/조선일보DB


◇“사비 들여 책 출간...정부 관련 부처 등에 보내”

김 박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징비록>을 쓰던 심정을 상상하며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올해 초부터 거의 매일 군사문제연구원에 출근해 책을 썼다. 사비(私費)를 들여 출간·구입한 책을 육사, 국방대학원, 정부 관련 부처 등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어떻게 ‘대통령학 전문가’가 됐나?

“1984년 청와대 비서관이 됐을 당시 오리엔테이션도, 직무교육도, 참고할 만한 문건도 없었다. 그런데 이후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등 내가 현장에서 경험한 세 분의 대통령과 학자로서 품은 대통령 리더십 인식과의 간격이 너무 컸다. ‘대통령의 성공이 곧 국민과 국가의 성공’이라는 믿음으로 대통령 리더십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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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박사의 저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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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한 지도자 있다는 北, 인민들은 굶어죽어”

그는 “대통령을 한 분만 모신 사람은 보통 그 사람만 영웅으로 생각하지만 서로 미워하는 세 명의 대통령을 모시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제도와 국가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 1998년부터 하와이의 동서문화센터에서 10년간 대통령 리더십 연구를 했는데.

“김일성·북한 연구의 대가(大家)인 서대숙 하와이대 교수와의 대화가 중요한 계기가 됐다. 내가 ‘한국 대통령 연구를 한다’고 하니까, 그는 ‘한국에는 신통한 지도자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의 말에 북한에는 신통한 지도자가 있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한국 대통령들을 제대로 연구해야겠다는 강한 의욕이 솟아났다. 신통한 지도자가 있다는 북한은 자유가 없고 인민은 굶어죽는데,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다는 한국에는 왜 자유와 풍요가 넘치는가? 그 해답을 찾겠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 김 박사의 대통령 리더십 연구는 무엇이 다른가?

“많은 연구자들은 선진국 잣대와 프레임을 그대로 적용해 한국 지도자들은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 리더십은 당시 여건과 상황에 적합했던가 아닌가의 관점에서 평가해야지 선진국이나 오늘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연구는 한국 현대사를 재인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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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 나란히 걸려 있는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사진/조선일보DB


◇“후임 대통령들은 이승만·박정희 토대 위에 벽돌만 놔”

-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저평가됐지만 가장 큰 공헌을 한 대통령은 누구인가?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다. 두 분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기 어려운 위대한 국가건설 지도자였다. ‘압축적 국가 건설’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부’와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필요했다. 두 분이 민주주의 원칙에만 충실했다면 오늘의 한국이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 박사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으로 안보에 올인한 이승만 대통령을 비민주적이었다고 비난하고, 튼튼한 경제를 건설해 국방력을 강화하고 민주주의 터전을 마련한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평가이다. 이승만은 한미 동맹으로 국가안보를 보장해 대외 전략의 기본 축을 만들었고, 박정희의 강력하고 체계적인 리더십 덕분에 한국은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났다. 이후 8명의 대통령은 두 분이 이룩한 토대 위에 작은 벽돌을 올려 놓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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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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