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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부산항 물동량 97% 회복… 대우조선 등 총파업에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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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오 흐트러진 민노총, 오늘 투쟁대회 열기로

조선일보

저유소 찾은 한덕수 총리 - 한덕수(오른쪽에서 셋째) 국무총리가 5일 오전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와 관련, 석유제품 입출하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서울북부저유소를 찾아 근무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한 총리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는 법치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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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세종충남 본부는 6일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 공장 정문 앞에서 총력 투쟁 대회를 열고 정부 대응에 맞불을 놓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가 점점 식으면서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울산에서는 민노총 울산본부 소속 조합원 1000여 명이 6일 오후 4시 울산 태화강역 광장에 결집해 투쟁 대회를 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실제 참석 인원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총파업에 세를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민노총 부산·울산·경남 건설지부 조합원 1000여 명은 화물연대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했고, 8일부터는 레미콘과 콘크리트 펌프카 조합원 3500여 명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어차피 시멘트 수급이 안 돼 지역 건설 현장에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건설기계, 레미콘, 펌프카, 타설 분야 조합원들이 세를 모으기 위해 파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6일 오후 전국 15곳에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총력 투쟁 대회’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투쟁 구호는 ‘화물 총파업 투쟁 승리! 윤석열 정부 노동 탄압 분쇄!’다. 하지만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기로 하면서 힘이 빠지고 대오가 흐트러지는 모양새다. 일단 파업을 하려면 노조법이 정하고 있는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획득해야 하는데, 파업권을 가진 노조가 많지 않다. 그나마 파업권을 가진 금속노조 소속 일부 노조도 파업에 적극적이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0월부터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총파업에 소수 인원만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노조도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9월부터 게릴라 파업을 벌여오다 지난달부터 이를 중단하고 사 측과 교섭 중인데 이를 중지하고 파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 많다. 현대중공업 그룹사들 노조는 6일 공동으로 4시간 부분 파업에 들어가고, 13일부터는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그 전에 노사 합의가 이뤄지면 대규모 파업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민노총은 파업권이 없는 노조는 다른 방법으로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간부만 집회에 참여하든지 단체로 조퇴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총연맹에서 파업에 동참하라고 해도 개별 노조들 상황과 이해관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참여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민노총 내부가 계파와 정파로 갈려 있어 일방적 지시가 통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동력도 약해지는 분위기다. 컨테이너 분야는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전국 항만 12곳의 컨테이너 운송 기사 중 화물연대 가입자는 55% 정도로 높다. 이로 인해 지난달 24일 총파업 돌입 직후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의 12%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이후 회복돼 3일 기준 82%까지 올라갔다. 5일 국내 1·2위 항구인 부산항과 인천의 물동량은 평시 대비 각각 97%, 82%를 기록했다.

화물연대 가입 비율이 100%인 대산항과 포항항 역시 3일 기준, 컨테이너 물동량이 각각 평시의 65%, 54%였다. 목포항도 화물연대 가입자가 60%에 육박하는데도 3일 기준 컨테이너 물동량이 84%에 달했다. 사실상 화물연대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에서 화물연대 소속 화물 기사 절반가량이 차를 끌고 나와 운송을 했다는 뜻이다.

정유 분야도 마찬가지다. 정유차(탱크로리) 전체 기사의 80%, 수도권은 9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다. 한때 정유 출하량은 평시의 37%까지 떨어졌지만, 정부가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지난달 29일 출하량이 86%로 급증했다.

시멘트 생산과 출하량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레미콘 공급이 끊겨 골조 공사가 전면 중단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에는 5일 레미콘 트럭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이날 이 현장에 타설된 레미콘 분량은 약 4000㎥로 평소(3000~3600㎥)보다 많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15차(래미안 원펜타스) 등 수도권 대형 정비 사업장도 이날부터 레미콘 타설이 재개됐다. 다만 “물량이 많은 현장부터 우선 공급되기 때문에 소규모 건설 현장은 여전히 레미콘을 못 구해 멈춰 있는 곳이 많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멘트·컨테이너·정유 품목의 운송은 거의 정상화 직전 단계”라고 했다.

[조백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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