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타이어 출하 차질에 재고 쌓이고…기름 동난 주유소 속출
업무개시명령 이후 시멘트 출하량 늘었지만 레미콘 수급난 여전
원희룡, 건설노조 동조 파업에 "불법"…정부, 화물차 기사 455명 현장조사
철강과 타이어 업계에서는 물량을 반출하지 못해 재고를 내부에 쌓아두고 있으며, 기름이 동난 주유소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가 시멘트 운수종사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지난달 29일 이후 시멘트 출하량이 점차 늘고 있으며,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회복세에 들어섰다.
화물연대 파업 12일째 |
◇ 쌓이는 재고에 철강 야적장 포화상태…품절 주유소 확산
포항 철강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출하 차질에 따른 경북지역 철강산업 피해는 지금까지 약 1천4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광양제철소 역시 매일 1만7천t가량의 철강을 반출하지 못해 쌓아두고 있다. 이번 주에는 임시 야적장까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여 일부 공장 가동 중단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제출 당진공장을 비롯한 현대제철 전국 5개 공장에서는 하루 5만t가량의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
타이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빈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물류가 마비되면 생산 설비도 서게 되는 악순환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산 대산공단 내 현대오일뱅크는 파업 첫날부터 하루 150∼200대가량의 탱크로리가 한 대도 못 나가 석유류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으로 기름이 바닥 난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휘발유 없습니다' 품절 안내문 붙은 주유소 |
◇ 업무개시명령에 시멘트 출하 점차 늘어…충북 80%대로
충북지역 시멘트 출하량은 이날 평소의 70∼80%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달 29일 정부의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이후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출하가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은 이날 평소의 75%인 1만600t을 출하할 예정이다. 오전까지는 BCT를 통해 4천478t을 반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원의 출하 방해도 없고 BCT 운행도 빠른 속도로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지역에서도 파업 직후 하나도 없던 시멘트 출하가 업무개시명령 이후 점차 늘어나 지난 3일 기준 1만3천t으로 집계됐다. 업무개시명령 이전과 비교해 51% 회복된 양이다.
파업에 쌓여가는 컨테이너 |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 이후 광주·전남 건설 현장 레미콘 타설 비율은 30∼40%가량 회복됐다.
하지만 레미콘 수급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철근 물량이 부족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하루 작업량을 줄이거나 인력 배치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에서도 이날 오전에만 4천500t의 시멘트가 출하돼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파업 전 하루 평균 출하량인 1만t의 45% 수준이다.
사업소의 시멘트 출하는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인 지난달 24∼28일에는 전무했으나 업무개시 명령일인 29일부터 재개됐다. 주말인 지난 3일과 4일에도 각각 2천300t과 1천400t이 출하됐다.
강원지역 역시 한때 올스톱 위기를 맞았던 도내 132개 레미콘 공장의 가동률이 23.5%까지 올라갔다. 육로를 통한 시멘트 출하량은 4만4천773t으로 평상시(7만5천400t)의 69% 수준까지 회복됐다.
울산에서도 시멘트 재고량이 파업 초기 3천t 수준에서 현재 1만t 수준을 회복했다. 경북 또한 시멘트 분야 운행률이 83%로 업무개시명령 이전과 비교해 많이 올랐다.
◇ 부산항 반출입량 평시의 40%대 수준 회복
부산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지난 4일 오후 기준 1만862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평시 대비 42.4%까지 회복했다.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은 68.3%로 평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항의 반출입량은 같은 날 기준 690TEU로 집계됐다. 이는 파업 전인 10월 일요일 하루 평균 반출입량인 244TEU의 2.8배에 달하는 수치다. 총파업 시작 후 처음 맞은 일요일인 지난달 27일 반출입량은 170TEU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화물연대 파업 9일째… 컨테이너 가득 쌓인 부산항 |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파업을 앞두고 항만 관계기관이 화물 반입 반출을 독려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반출입량이 회복됐다"며 "파업에 참여했던 화물 운송 노동자 상당수가 복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치율은 76.7%로 평시와 비슷하다.
평택·당진항과 울산항은 반출입량이 평시 대비 3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파업 초기 물동량이 평시의 5% 수준이었다가 지난주에는 평시의 30%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파업이 길어지면서 곤경에 빠진 운송업체와 화주들이 반출입량을 조금이라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물연대 파업 9일째… 운행 멈춘 화물차 |
◇ 화물연대 조합원 선전전 계속…마찰 없어
화물연대 부산본부는 부산 신항과 북항 등을 중심으로 선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항만 주변의 긴장감은 어느 정도 완화된 것처럼 보이나 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화물연대 비조합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6시 20분께 경남 김해시의 한 공장에서는 시멘트 하역작업을 하던 비노조원에게 "파업 중이니 눈에 띄지 마라"는 취지로 협박을 한 혐의로 화물연대 40대 노조원이 경찰에 입건됐다.
포항에서는 비조합원들의 화물차 운행을 방해하거나 운전기사를 상대로 욕설·폭행한 혐의로 조합원 11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남에서는 가포신항 등 지역별 거점 운송 지역에서 집회가 계속됐다.
한 조합원은 "더 물러날 곳이 없다.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전날부터 가포신항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며 화물연대 파업에 힘을 보탰다.
의왕ICD와 평택·당진항에는 각각 150명, 250명의 조합원이 모여 선전전을 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와 동조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시멘트가 없어서 당장 일을 못 한다고 울상 짓는 것이 아니라 동조 파업으로 건설 현장을 멈춰서라도 화물연대의 투쟁이 승리하길 바란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레미콘 공급 차질로 작업이 중단된 부산 동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을 찾아 파업에 대해 "이런 시도 그 자체가 불법일 뿐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인천 시멘트 업체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 정부, 업무개시명령받은 화물차 기사 455명 현장 조사 착수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부받은 시멘트 화물차 기사가 운송을 재개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화물차 기사나 운송사가 업무 재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30일 이하 운행정지(1차 불응), 화물운송자격 취소(2차 불응) 등 행정처분에 더해 형사처벌을 위한 고발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화물차 기사는 총 455명이다. 업무개시명령서를 우편으로 수령한 191명과 문자로 받은 264명이 대상이다.
이들의 업무 복귀 시한은 지난 4일 자정을 기해 종료됐기 때문에 월요일인 이날부터는 운송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화물차주가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받으면 다음 날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총 791명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강영훈 권정상 김근주 김동민 김재홍 김준호 손대성 이해용 차지욱 홍현기 김선경 권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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