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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현 교수의 글로벌 미디어 이해하기]〈70〉월드컵과 방송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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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모두가 경우의 수를 대비시키며 16강으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TV 중계방송에서 보이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갈망, 투혼과 열정은 우리를 감동시켰다.

과거에는 월드컵 중계 시청률이 80%에 육박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겨우 40%를 넘나든다. 월드컵 인기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모바일을 비롯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를 통해 시청한 동시접속자 수가 200만명, 누적 시청자 수는 900만명이라고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월드컵 중계가 나름 선전하고 있는 것 같다. 월드컵 기간이 미국에서는 내셔널풋볼리그(NFL)나 대학축구가 시즌 막바지를 향하고 있고 미국 프로농구(NBA)나 대학농구가 본격적으로 시작, 월드컵이 인기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라틴계 인구 급증과 미국 내 축구 인기가 올라가고 있어 방송계도 그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사업자 컴캐스트는 월드컵을 앞두고 자사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서 시청자 이용자경험(UX)을 증대시키는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했다. 가입자는 디지털 케이블TV(X1)뿐만 아니라 OTT 애그리게이터 서비스 플렉스(Flex), 스트리밍 앱과 스마트TV XClass TV를 통해 개인화와 양방향화, 영어와 스페인어로 월드컵 중계를 접했다. 특히 처음으로 X1 케이블TV 가입자들은 HDR 4K로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컴캐스트 상품 담당자는 “2022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을 우리 모든 플랫폼인 X1 유료 케이블TV 방송이나 플렉스, XClass TV를 통한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든지 생중계든 주문형비디오(VoD)든 원하는 언어로 고객이 쉽게 시청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시청자는 선호하는 팀을 선택하면 경기 생중계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 영상을 연결된 다양한 기기에서 시청할 수 있다. TV와 모바일 기기를 통해 경기 알림 서비스도 제공한다. 더욱이 시청자가 영상녹화장치(DVR)로 녹화한 경기에서 머신러닝 기능으로 골 모음, 페널티킥 등 주요 장면을 쉽게 찾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아닌 스트리밍 가입자를 위해 처음으로 스트리밍 셋톱박스 플렉스에서도 선호하는 팀을 선택하면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플렉스 가입자가 앱을 통해 쉽고 빠르게 디지털 케이블TV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해서 생중계를 시청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은 눈에 띄었다.

'플랫폼혁명'이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하는 플랫폼을 파이프라인이라고 했다. 단순히 파이프라인을 통해 전달 기능만 작동하고 어떤 가치도 창출되지 않은 것과 비교해서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전후해서 이러한 내용을 전하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오늘과 비슷한 내용의 기고를 한 적이 있다.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이제는 방송 스케줄에 따라 TV에서 보여 주는 경기 중계만을 시청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로 시청하는 동시 접속자 수와 누적 시청자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이 밖에도 경기 외적인 다양한 정보를 담을 짧은 동영상 콘텐츠 유통은 시청자 입장에서 더 매력적인 요소로 소비되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진 않지만 관련 동영상 조회 수가 상상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월드컵에 관한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지만 TV라는 매체는 TV 나름의 장점과 특성이 있다. 특히 디지털TV와 인터넷의 급격한 발전으로 개인화 및 양방향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아날로그식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계방송을 그냥 시청하는 것으로 시청자가 과연 만족하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TV스포츠를 중계하는 방송사나 케이블TV나 IPTV와 같은 유료방송 사업자 모두가 이제는 진정한 플랫폼으로서 시청자에게 방송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진정으로 고민해야 한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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