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증시 전망이 불안해지면서 개인들은 국내 주식을 팔아 치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동학개미'가 주도한 주식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 주도로 바뀌는 변곡점에 왔다고 분석한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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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개미'의 '코스피 엑소더스(탈출)'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3조8855억원의 주식을 던졌다. 불안한 시장 전망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짐을 싸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가 개인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는 변곡점에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의 개인 순매도 규모는 3조8855억원이었다. 월별 기준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지난 10월 순매도 규모도 2조5056억원에 달했지만, 한 달 새 개인투자자의 '팔자'가 더 강해졌다. 연말 보너스 소득 등에 힘입어 성탄절 전후 상승장이 형성되는 ‘산타 랠리’ 기대도 접은 모양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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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판 건 삼성전자…대형주 위주 순매도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들이 가장 많이 팔아 치운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총 9821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독보적인 1위였다. LG화학(2700억원)과 LG에너지솔루션(2684억원), 삼성전기(2147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개인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건 무엇보다 불투명한 내년도 경기 전망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감속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주가 하락을 더욱 걱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예상했다.
시장 예상은 더 암울하다. 골드만삭스(1.4%)와 바클레이즈(1.3%) 등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 초반으로 예상했고, 노무라증권(-0.7%)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월 이후 한국 수출액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도 국내 증시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수출 실적은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밀접한 지표 중 하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년 상반기엔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과 소비 모두 줄어들 텐데, 통화·재정정책 등 정부가 막을 수 있는 수단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투세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것도 개인이 증시에서 등을 돌리는 원인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주식 투자 등으로 5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5000만원 초과분의 20~25%를 세금을 내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증시 위축 우려 등으로 시행을 2년 뒤로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자본시장은 악재만큼이나 불확실성도 싫어한다”며 “정부·국회가 금투세 시행과 유예 사이에서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개인들도 투자 방향성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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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잃은 ‘동학 개미’…외국인 주도 시장으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개인들의 ‘탈 주식’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 직후 코스피가 1400선까지 밀렸을 때 개인은 비관론을 이기며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개인 주도 시장’은 일단락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국내 증시는 기관·외국인 주도 시장으로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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