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에서 멕시코 응원하는 어린이. 솜브레로(모자)에 태극기도 보인다. |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법한 나라다.
현지인들을 직원으로 둔 한인 사업가들은 멕시코 대표팀 주요 경기가 있는 날, 평일이라도 일터에서 TV 중계방송을 틀어놓고 함께 응원하는 게 관례적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예 결근해 버리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6강 단골'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열기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펍이나 식당 등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다른 나라 대표팀의 경기를 여전히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에게 혼란과 재미를 동시에 준 한국의 '김김김김김' 수비 라인이 멕시코 소셜미디어에서도 적잖은 관심을 끌었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출격한 왼쪽 풀백 김진수, 중앙 수비수 김영권과 김민재, 오른쪽 풀백 김문환, 골키퍼 김승규의 성씨가 모두 'KIM'(김)이라는 점 때문인데, 최근에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국의 성씨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우루과이전 나서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
스페인어권 매체 마르카는 최근 '김, 박 그리고 이는 무슨 뜻? 한국 성씨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웹페이지에 게시했다.
"김, 이, 박 3개 성씨가 한국 국민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운을 뗀 이 매체는 "3개 성씨가 다수를 차지하는 배경에는 그들의 뿌리 깊은 봉건적 전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매체는 "오래전 한국에서는 성을 갖는다는 것이 의무나 권리라기보다는 양반층의 특권에 가까웠고, 노비들은 자신을 식별할 수 있는 이름 외에는 없었다"며 "과거 시험 등을 위해 성이 필요했던 일부 사람들은 돈을 주고 가계도를 위조하거나 파산한 귀족(양반)에게서 직접 샀다"고 썼다.
그 와중에 왕족 및 주요 양반 계층 성인 김, 이, 박을 가장 많이 쓰게 되면서 특정 성씨 분포가 절대적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즉, 생물학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인 계보라고 짚었다.
이후 1894년이 돼서야 계급 제도가 폐지되고 전체 인구가 성을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갑오개혁 신분제 폐지'를 서술한 뒤에는 "1909년엔 누구나 성을 갖게 됐다"고, 그 흐름을 놀랍게도 정확하게 소개했다.
"최근에는 외국인이 한국에 정착할 때 자연스럽게 그 성 중 하나를 붙이기도 한다"는 언급도 곁들였다.
영어권도 아닌 스페인어권 매체에서 한국 성씨에 대해 정성스럽게 내놓은 이런 설명은 다소 이례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럼 멕시코는 어떨까' 싶어 멕시코 통계청(INEGI) 자료를 찾아보니 에르난데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 로페스, 곤살레스라는 5개의 성씨가 전체 1억2천만명 인구 중 2천400만명으로 약 20%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기준 '김, 이, 박' 성씨 인구가 약 44.6%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멕시코 국민 시각에서는 특정 성씨가 많은 한국이 인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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