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현장조사 거부…공정위, 5일 재조사 예고
사례 나오는데…'형사처벌 완화' 동력 약화 전망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의 공정위 조사방해 행위 관련 긴급 브리핑 중 생각에 잠겨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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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현장조사를 화물연대가 거부하면서 공정위의 형사처벌 조항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현재 정부는 공정위 조사 거부 시 형사처벌 조항을 과태료 수준으로 완화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섣불리 규제를 완화했을 때 향후 공정위 조사단계에서부터 이를 거부하는 피심인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 화물연대 현장조사 저지당해…한기정 "심각한 문제"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5일 화물연대에 대해 재차 현장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일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 본부에 카르텔조사국 직원 17명을 투입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또 부산 남구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도 부산사무소 직원 6명이 현장조사를 나갔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 거부(파업 동참)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서구 화물연대 본부는 대표부 부재 등을 이유로 현장진입을 저지했다. 부산지역본부도 파업 중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현장진입을 막았다.
공정위는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2011년) 삼성그룹의 조사방해 사건 이후 이정도 방해는 없었던 것 같다"며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직원들이 상당히 당황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기정 위원장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한 위원장은 "고의적인 현장진입 저지가 계속될 경우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며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계기관에) 수사 협조를 요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조사 방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의 경우 합의 등과 관련된 내부 자료가 파기되는 경우 그 위법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공공운수노조 건물 앞에서 화물연대의 부당한 공동행위 및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2022.12.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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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사거부 처벌수위 하향 검토…현장에선 "지금도 조사 힘든데" 우려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공정위 조사거부 시 형사처벌 조항 완화' 검토가 명분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고 공정위·산업통상자원부 등 10개 부처 소관 17개 법률 내 32개 형벌조항에 대해 비범죄화·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1차 회의에서 공정위 조사거부 처벌조항은 일단 발표 대상에서 빠졌다.
그 대신 정부는 조사거부 규정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체 체계를 좀 보고 결정할 계획"이라며 "향후 태스크포스(TF) 추진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정부의 행정조사와 관련되는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언급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자료 은닉·폐기, 접근 거부, 위조·변조를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거부 사태로 인해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향후 행정력을 약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규제기관이긴 하나, 공권력이 아닌 행정력을 쓴다"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사방해 시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함에도 일선에서는 조사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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